사상 유례없는 난민사태로 유럽 국가들이 국경 통제를 다시 시작하는 등 혼란이 커진 가운데 ‘반이민정서를 부추기는 음모론과 괴담들이 난무하고 있다. 바다를 건너다 가족과 함께 익사한 아일란 쿠르디 소년 사건의 조작설을 비롯해 IS출신 난민 잠입을 주장하며 증거사진들을 배포하고 있는 것이다. 쿠르디 소년의 죽음으로 ‘파도에 휩쓸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도주의가 이번엔 괴담에 휩쓸려 흔적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스지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소년 쿠르디의 죽음 이후 ‘쿠르디 죽음의 진실이라는 주제의 음모론 사이트들이 속속 생겨났다. 이들은 터키 경찰이 바위틈에 누워있는 한 소년의 시신을 수습하는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누군가가 죽여서 버린 아이시신을 바닷가로 옮긴 후 익사한 것처럼 위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UN이나 난민 측에서 난민에 대한 반감여론을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확인 결과 해당 사진은 쿠르디 소년의 형인 갈립이었다. 단지 형의 시신은 파도에 휩쓸려 다른 곳에서 발견됐을 뿐이다.
최근 이슬람극단주의 IS가 난민을 위장해 조직원들이 서방에 잠입했다”고 발표한 후 온라인에선 ‘IS의 난민위장 잠입 증거라는 제목의 사진도 쏟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무슬림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검은 깃발을 들고 경찰을 때리는 장면의 사진이다. 그러나 해당사진은 IS의 출현전인 지난 2012년 촬영된 것으로 IS와는 무관하다. 또 기관총을 양손에 든 시리아인 사진도 도처에 배표됐지만 군사전문가들은 해당 사진은 IS에 맞서싸우는 시리아인 차림”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막연한 난민에 대한 반감을 키우기 위해 배가 부르고 가족은 버리고 혼자 도망 온 난민 이미지를 배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한 사진은 ‘람보를 연상시키는 근육질의 남자를 담았는데 자막엔 ‘영국에서 공짜 스테로이드제를 준다며?라고 씌여있다. 이런 사진의 댓글엔 여자와 애들이나 데려오고 니네는 싸우러 돌아가라”는 댓글이 수백개씩 달렸다. 그러나 해당사진은 2013년 크리스마스때 호주 휴양지에서 찍힌 사진이다.
인디펜던스지는 사진을 배포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몰양심들”이라고 평가했다.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