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강남부자 헤지펀드 러시…출시 당일 완판도
입력 2015-09-17 17:25 
최근 수개월째 글로벌 주식시장의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면서 '슈퍼리치'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이 오를 때는 물론이고 하락할 때에도 공매도(숏·short) 등 다양한 헤지 전략을 활용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연 5~10% 수익을 노려볼 수 있는 상품으로 강남 부유층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부터는 헤지펀드 가입 문턱이 기존 5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낮아지면서 더 많은 고객들이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17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을 집계한 결과 최근 4개월 사이 신규 자금 4551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말 기준 2조7181억원이었던 헤지펀드 전체 설정액은 지난 10일 기준 3조1732억원으로 증가했다. 2011년 12월 한국형 헤지펀드가 처음 도입된 이후 사상 최고 규모다. 사모투자 전문 상품인 헤지펀드가 개인당 5억원 이상, 최대 49인까지만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자금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글로벌 주식시장의 불안이 고조됐던 지난달엔 3개 헤지펀드가 잇달아 출시돼 투자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8월 말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 PB영업점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를 모집한 '안다보이저' 헤지펀드는 판매 첫날 822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사전 예약자들이 몰리면서 하루 만에 확보된 물량이 모두 팔려나간 것이다.
지난해 투자자문사에서 운용사로 전환한 안다자산운용이 처음 출시한 '안다크루즈' 헤지펀드는 1년4개월 만에 누적 수익률 28.5%를 기록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1호 펀드의 성공적인 투자 성과가 입소문이 나면서 돈 냄새에 민감한 강남 부자들이 빠르게 움직였던 것이다.
이민국 안다운용 대표는 "안다보이저 헤지펀드는 기존 안다크루즈 펀드에 아시아·태평양 롱숏 전략을 추가한 상품"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한국과 아시아·태평양 해외 투자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8월 중순 출시된 대신자산운용의 '대신에버그린 이벤트드리븐 3호'와 '대신에버그린 멀티하이브리드' 헤지펀드에도 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PWM 압구정센터 PB팀장은 "한번 헤지펀드에 투자해 본 고객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통해 점점 더 많은 부자 고객들이 가입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가 거의 매수(롱·Long) 위주의 전략만 사용하는 것과 달리 헤지펀드는 주가가 오를 만한 종목은 사고,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공매도를 병행해 시장 등락과 크게 상관없이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한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코스피는 4.4% 하락한 반면 헤지펀드는 평균 2.6% 하락해 조정장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올해 운용 성과는 '마이다스 적토마 멀티스트래티지' 펀드가 연초 이후 20.04%로 가장 높다. 이어 '하이 힘센'(12.59%), '안다 크루즈'(10.06%), '쿼드 Definition 3'(9.74%) 등도 연초 이후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 12월 설정된 '삼성H클럽 Equity Hedge 1호' 펀드는 올해 수익률 3.41%,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 32.89%로 매년 꾸준히 안정적으로 5~10% 수준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사모펀드 활성화 조치 가운데 하나로 10월부터 개인투자자의 헤지펀드 최소 가입 기준이 기존 5억원에서 1억원(레버리지 비율 200% 이내인 펀드) 내지 3억원(레버리지 비율 200% 이상인 펀드) 이상으로 낮아졌다. 투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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