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엘리엇 불공정거래 조사"

금융감독원이 옛 삼성물산 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불공정 주식거래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수상한' 거래를 통해 단기간에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으로 매집함에 따라 '파킹거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15일 진웅섭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엘리엇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이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차명 계좌로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을 지난 6월 3일 339만3148주(지분율 2.17%)를 매입해 총 1112만5927주(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다음날인 4일 공시했다. 당시 엘리엇은 같은 달 2일까지 4.95%(773만2779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3일 하루에만 보유 지분을 2.17%나 늘린 것이다.
엘리엇이 지분을 대거 늘린 3일 삼성물산 거래량은 417만3630주다. 해당일 엘리엇이 사들인 매수분만 이날 거래량의 81%에 달했다. 이처럼 엘리엇이 대량으로 주식을 사들였음에도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오히려 0.79% 하락하는 이상한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사전에 차명계좌나 증권사 명의 등을 통해 '파킹거래'해 뒀던 지분을 장내 매매를 통해 엘리엇 소유 계좌로 옮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파킹거래란 실제 소유주가 보유 주식 등을 은닉하기 위한 목적으로 차명계좌에 임시로 맡겨놓는 거래로 불법이다.
이런 까닭에 엘리엇이 같은 달 3일 이전부터 차명계좌 등을 통해 삼성물산 지분을 5% 초과해 확보한 상태일 경우 엘리엇은 5% 초과 지분 보유 시 5일 내 보고해야 하는 '5% 룰'을 어기고 지연보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 룰 위반의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형사 고발될 수 있다.
김 의원은 "엘리엇이 2010년 프랑스 주식을 매입하면서 불법을 저질러 프랑스 금융당국으로부터 1800만유로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은 사례가 있다"며 "금감원도 엘리엇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매집 가능성을 적극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 원장은 "제기한 의혹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법규 위반 사항이 나오면 법대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