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요자 입맛따라 아파트 평면 진화
입력 2015-09-09 17:13 
구리 갈매 푸르지오 보조주방 전경.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색 평면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피스텔에 테라스하우스를 넣는가 하면 옥상에 단독주택 형태로 짓는 곳도 나온다. 아파트에는 천편일률적인 전용면적 59㎡·84㎡가 아닌 틈새 평형을 짓고 좀 더 좋은 조망을 위해 '아파트는 남향'이라는 법칙도 과감히 버린다. 분양업체 간 경쟁이 이 같은 '평면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연말께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 피데스개발이 선보이는 976실 규모 오피스텔 중 일부 가구는 테라스하우스와 복층, 단독주택형으로 선보인다. 최근 광교 등에서 선보여 선풍적 인기를 끈 테라스하우스를 오피스텔에도 적용하는 것. 특히 건물 옥상에 짓는 단독주택 타입은 별도 출입구에 개별 정원까지 제공한다.
피데스개발의 이런 파격적 시도는 자체 연구소를 통해 수요자들이 원하는 바를 잡아낸 결과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소장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1000여 명을 상대로 선호하는 주택형을 조사했더니 '도심에서 누리는 전원주택'이 꼽혔다"며 "수요자 눈높이에 맞춰 특수 평면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한옥 분위기를 선호하는 전남 지역 주부들을 겨냥해 방 하나를 '사랑채' 디자인으로 꾸민 목포 '우미 파렌하이트', 거실 창을 팔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전망대 느낌을 낸 '기흥역 파크 푸르지오' 등이 모두 이 연구소의 수요 조사로 탄생했다.

GS건설은 오는 11월부터 잇달아 분양하는 '청주 자이'와 '포항 자이'에 전용 72㎡(약 21평)와 98㎡(31평) 타입을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 7월 같은 평형대를 선보인 평택 '자이 더 익스프레스'가 한 달 만에 완판될 만큼 인기를 모으자 이 같은 '틈새 평형' 비중도 기존보다 두 배 수준(20%)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용구 GS건설 차장은 "지방에는 대형 평형에 대한 거부감이 많아 기존 주력 평형인 전용 84㎡·102㎡보다 몸집을 줄였다"며 "98㎡는 3면 발코니를 확장하면 102㎡형만 한 공간이 나온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공급한 '미사 강변 푸르지오2차'는 한강 조망을 위해 과감히 북향을 선택했다. 전체 8개 타입 중 전용 101㎡ 38가구는 한강변으로 창을 냈더니 남향이 아닌데도 수요가 몰렸다.
지난 7월 '구리 갈매 푸르지오'는 청소도구함, 세탁물 수거함을 보조주방 옵션으로 제공하고 부부욕실을 세면대와 목욕공간을 완전히 분리한 '건식 욕실'로 선보였다.
평면 경쟁은 주로 대규모 택지개발지구가 많은 경기 지역과 지방에서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방치돼 있던 도시개발지구나 공공택지가 잇달아 팔려 나가면서 건설사들이 서로 설계 역량을 겨루는 무대가 됐다. 건설사 관계자는 "비좁은 데다 토지 모양도 기형적인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많은 서울과 달리 지방에는 다양한 설계를 시도할 만한 '좋은 땅'이 많다"며 "지방을 중심으로 평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