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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의 ‘마인드’ 바꾼 김경문의 한마디
입력 2015-09-09 06:20 
NC 다이노스의 에릭 해커는 올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에서 김경문 감독에 어떻게 하면 야구를 잘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NC 다이노스의 투수 에릭 해커(32)는 지난 2년간 가장 승운이 따르지 않는 투수 중 한 명이었다. 2013년 평균자책점 3.63으로 준수했지만 4승11패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전반기에 8승(3패)을 올리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후반기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96의 안정감 속에서도 1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대신 5패를 떠안아 8승8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 시즌 해커는 지난 2년간의 아쉬움을 한 번에 털어내는 듯하다. 다승왕 경쟁을 하는 등 단숨에 KBO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외국인 투수로 성장했다. 해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김 감독은 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해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심리적인 변화가 컸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해커 자기 자신도 지난 2년간 퀄리티스타트를 많이 하는 등 잘 던졌음에도 다른 외국인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커가 우선 그런 불운을 털기 위해 올 시즌 등록명을 에릭에서 해커로 변경한 것이 한 몫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해커가 올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에게 어떻게 하면 야구를 잘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던 것을 말했다. 김 감독이 해커에게 건넨 대답은 선수들을 믿어라”였다.

김 감독은 잘하는 투수는 포수 사인에 맞춰서 공을 던졌을 때 안타를 맞아도 내색하지 않는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어 만약 투수가 내색을 하고 그 다음부터 포수 사인을 믿지 않으면 포수 역시 그 투수를 위해 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선수들 간의 신뢰가 쌓이면 실수가 나와도 동료를 위한 마음으로 열심히 만회하려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성적은 결국 좋아진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당시 해커에게 야수들이 투수보다 경기에 더 많이 나가지 않느냐”면서 투수가 먼저 야수들을 위해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투수가 야수들의 수비를 믿는 것은 물론 경기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경기 템포도 빨리 가져가야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커가 올 시즌부터 투구폼이 다소 빨라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 간의 믿음이 생기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에이스가 등판하니까 야수들의 집중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감독의 말은 곧 현실이 됐다. 해커는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펼치면서 수비 시간을 짧게 만들었다. NC 야수들은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해커의 호투를 도왔다.
결국 해커는 9이닝 동안 90개의 효율적인 투구 속에 4피안타 1볼넷 1실점 하면서 한국 무대 첫 완투승의 기쁨을 맛봤다. 시즌 17승(5패)째를 거둬 유희관(두산)과 함께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kjlf200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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