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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실점-낯익은 무실점, 열기 어려운 뒷문
입력 2015-09-09 06:01 
한국은 최근 8번의 A매치에서 1실점만 기록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실점, 언제부턴가 어색해지고 있는 단어다. 무실점, 이제는 익숙해지고 있는 단어다.
90분간 한국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태국의 방콕, 한국의 화성, 그리고 레바논의 시돈에서도 굳게 잠겨 있었다. 지난 8월 5일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야마구치 호타루(세레소 오사카)에게 골을 허용한 뒤 321분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그리고 이 실점은 최근 8번의 A매치에서 유일한 실점이다.
한국은 9일 오전(한국시간) 레바논을 3-0으로 완파했다. 지난 22년간 지독하게 괴롭혔던 징크스를 보기 좋게 깨트렸다. 4-1-4-1 포메이션 아래 펼쳐진 빠르고 유기적인 공격은 레바논의 수비 전술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전반 22분 첫 골을 시작으로 전반 26분, 후반 15분 잇달아 태극전사의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객관적인 실력 차는 컸다. 선수 개인도, 팀도.
스포트라이트는 공격에 쏠린다.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권창훈(수원)은 레바논전 대승의 주역이다. 그 둘이 사실상 3골을 만들었다. 또한, 위협적이면서 예리한 공격을 만들었다.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전개됐다. 매끄럽게.
그러나 전방 말고 후방도 봐야 한다. 한국은 레바논 원정에서 무실점을 했다. 후반 중반 이후 레바논의 거센 반격과 관중의 지저분한 레이저 방해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15분과 후반 29분 공간이 생기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골키퍼 김승규(울산)는 최후의 보루로서 안정감 있는 방어를 펼쳤다.
공격이 이른 시간에 실타래를 풀어주기도 했지만 수비가 그 실타래를 엉키지 않았다. 지난 레바논 원정에서 경기를 그르쳤던 건 공격 못지않게 수비 탓도 있다. 세트피스 등으로 너무 허무하게 실점하며 경기를 꼬이게 만들었다. 냉정히 말해, 안정감이 부족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너무 쉽게 뚫렸다. 그게 부메랑이 됐다.
미얀마, 라오스는 현실적으로 몇 수 아래다. 라오스는 한국을 상대로 슈팅 2개만 시도했다. 골키퍼가 한 게 없을 정도. 그러나 레바논은 다르다. 게다가 원정이다. 레바논전은 사실상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한국수비의 첫 번째 시험대였다.

그런데 괜찮았다. 잠깐 삐걱거렸으나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2011년과 2013년 원정길과 비교하면, 철벽이 따로 없었다. 수비라인은 조직적으로 잘 다듬어졌다. 빈틈이 많지 않았다. 어이없게 뚫리며 허망하게 실점할 위기도 거의 없었다. 정우영(빗셀 고베)도 수비 바로 앞의 저지선 역할을 잘 수행했다.
한국은 이번 두 번의 예선 경기에서 4-2-3-1에서 4-1-4-1로 바꿔 톡톡히 재미를 봤다. 뒷문이 단단하다. 그렇기에 변화를 택하고 공격 지향적인 전술을 펼칠 수가 있다.
1경기로 평가해선 안 된다. 최근 8경기를 살펴보라. 아시아권에서 한국의 골문을 열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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