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허균이 1612년 지은 한글소설 ‘홍길동전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주인공의 애틋한 사연이 지금까지도 감동을 주고 있다. 무려 403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해외축구계에 때아닌 ‘홍길동이 등장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FC는 지난 1일 이적료 350만 유로(47억274만 원)에 FC 낭트 수비수 PAPY DJILOBODJI(27·세네갈)를 영입했다. 낭트에서 프랑스 1부리그 59경기 3골을 기록하면서 선덜랜드 AFC와 애스턴 빌라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DJILOBODJI의 조국인 세네갈과 활동 무대였던 프랑스 모두 프랑스어권이다. 프랑스어 ‘DJI가 ‘지로 발음 및 표기되는 것은 프랑스 식민지였다가 1977년 독립한 지부티(Djibouti)나 전 프랑스축구대표 공격수 지브릴 시세(Djibril Cissé·34)의 예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DJILOBODJI의 국어 표기는 ‘질로보지가 맞다. 여성 생식기 관련 단어가 2개나 들어가는 참으로 난감한 단어다. ‘첼시 코리아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에 해당 선수 영입을 발표하면서 ‘질로보드지라고 호칭했다. 한국 EPL 중계 방송사는 ‘딜로보드지로 더욱 순화하여 표기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국에는 다른 분야의 유사 전례가 있었기에 예고된 일이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Boggi Milano는 세계 129국에 판매되는 의류상표로 특히 고급셔츠로 유명하다. 한국에 2013년 4월 공식진출하면서 국립국어원 외래어표기법 이탈리아어 규정에 따른 ‘보지 밀라노가 아닌 ‘보기 밀라노라는 이름을 내세워 화제가 된 바 있다.
EPL에는 ‘첼시 홍길동 9년 전에 한국 선수가 비슷한 고충을 영국에서 겪은 바 있다.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MVP에 빛나는 이동국(36·전북 현대)이 주인공이다.
이동국은 2006~2008년 미들즈브러 FC 소속으로 EPL을 경험했다. 그런데 영어 공식표기 Lee Dong-gook이 문제였다. 영어에서 dong은 남자의 성기, gook은 아시아인을 모욕하는 비하적인 의미로 쓰이는 속어다. 영국 언론 입장에서는 ‘첼시 홍길동 못지않은 난이도다.

그러나 국영방송 BBC를 비롯한 영국 주요 매체는 해당 선수를 Lee Dong-gook이라고 제대로 표기했다. EPL 입성 직후는 물론이고 컵 대회 득점 소식을 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정 인명의 이름이나 성이 모든 언어에서 다 호의적인 뜻일 수는 없다. 한국 인명이 특정 언어로 민망하게 들리는 사례도 제법 있다. 글이나 말로 선뜻 표현하기 망설여지는 인명은 바꿔 표기하는 한국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영국. 과연 어떤 결정이 옳은 것일까? 참 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FC는 지난 1일 이적료 350만 유로(47억274만 원)에 FC 낭트 수비수 PAPY DJILOBODJI(27·세네갈)를 영입했다. 낭트에서 프랑스 1부리그 59경기 3골을 기록하면서 선덜랜드 AFC와 애스턴 빌라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DJILOBODJI의 조국인 세네갈과 활동 무대였던 프랑스 모두 프랑스어권이다. 프랑스어 ‘DJI가 ‘지로 발음 및 표기되는 것은 프랑스 식민지였다가 1977년 독립한 지부티(Djibouti)나 전 프랑스축구대표 공격수 지브릴 시세(Djibril Cissé·34)의 예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DJILOBODJI의 국어 표기는 ‘질로보지가 맞다. 여성 생식기 관련 단어가 2개나 들어가는 참으로 난감한 단어다. ‘첼시 코리아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에 해당 선수 영입을 발표하면서 ‘질로보드지라고 호칭했다. 한국 EPL 중계 방송사는 ‘딜로보드지로 더욱 순화하여 표기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국에는 다른 분야의 유사 전례가 있었기에 예고된 일이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Boggi Milano는 세계 129국에 판매되는 의류상표로 특히 고급셔츠로 유명하다. 한국에 2013년 4월 공식진출하면서 국립국어원 외래어표기법 이탈리아어 규정에 따른 ‘보지 밀라노가 아닌 ‘보기 밀라노라는 이름을 내세워 화제가 된 바 있다.
EPL에는 ‘첼시 홍길동 9년 전에 한국 선수가 비슷한 고충을 영국에서 겪은 바 있다.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MVP에 빛나는 이동국(36·전북 현대)이 주인공이다.
이동국은 2006~2008년 미들즈브러 FC 소속으로 EPL을 경험했다. 그런데 영어 공식표기 Lee Dong-gook이 문제였다. 영어에서 dong은 남자의 성기, gook은 아시아인을 모욕하는 비하적인 의미로 쓰이는 속어다. 영국 언론 입장에서는 ‘첼시 홍길동 못지않은 난이도다.

영국 BBC는 이동국 선수의 EPL 입성을 보도하며 ‘Lee Dong-Gook이라는 영어 공식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Dong과 Gook은 영어에서는 비속어로 사용된다. 사진=BBC 공식 홈페이지 화면
그러나 국영방송 BBC를 비롯한 영국 주요 매체는 해당 선수를 Lee Dong-gook이라고 제대로 표기했다. EPL 입성 직후는 물론이고 컵 대회 득점 소식을 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정 인명의 이름이나 성이 모든 언어에서 다 호의적인 뜻일 수는 없다. 한국 인명이 특정 언어로 민망하게 들리는 사례도 제법 있다. 글이나 말로 선뜻 표현하기 망설여지는 인명은 바꿔 표기하는 한국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영국. 과연 어떤 결정이 옳은 것일까? 참 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