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오른 거래소 구조개편 (상) ◆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가 미국의 채권지수 관련 사업부문을 매각하려고 하자 세계 각 나라의 증권거래소들이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군침만 삼켜야 했다. 거래소가 보유 중인 현금자산 5500억원으로는 매각대금(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상장돼 있지 않다 보니 신주 발행 등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결국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우물 안 개구리' 신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이후 6년 동안 공공기관에 편입됐던 탓에 공격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소 지분 인수 등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하려고 해도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아 손에 쥔 투자금이 거의 없었고, 맞교환할 지분도 전무했다.
반면 세계 주요 거래소들은 2000년대 들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IPO에 나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지주회사 체제의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력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예를 들면 1990년대에 지주사 전환을 마치고 2000년대 초반에 IPO까지 끝낸 독일증권거래소는 지난해 싱가포르에 파생상품청산소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 상하이거래소와 데이터 공동 이용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싱가포르거래소 지분 5%를 가진 일본거래소는 4월부터 싱가포르거래소와 교차거래를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구조개편 작업이 늦었다는 일본도 2007년 지주사 재편과 2013년 상장 작업을 마친 상태다. 현재 세계 주요 거래소 중에서 지주회사 전환과 IPO를 하지 않은 곳은 한국거래소를 포함해 인도 스위스 터키 정도뿐이다.
그 결과 한국거래소는 현재 글로벌 경쟁에서 크게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수입은 주식·파생상품 거래수수료에 의지하는데 전성기보다 요율이 65%나 깎였다. 거래소 매출액은 2011년 4212억원에서 지난해 2828억원으로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2602억원에서 45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단순한 수익구조 때문에 자기자본이익률(ROE)도 4%에 그쳤다. 홍콩(24%) 싱가포르(35%) 등과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2011년 세계 1위였던 파생상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11위로 추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자본시장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만큼 더 이상 한국거래소의 구조개편을 늦춰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가 미국의 채권지수 관련 사업부문을 매각하려고 하자 세계 각 나라의 증권거래소들이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군침만 삼켜야 했다. 거래소가 보유 중인 현금자산 5500억원으로는 매각대금(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상장돼 있지 않다 보니 신주 발행 등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결국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우물 안 개구리' 신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이후 6년 동안 공공기관에 편입됐던 탓에 공격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소 지분 인수 등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하려고 해도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아 손에 쥔 투자금이 거의 없었고, 맞교환할 지분도 전무했다.
반면 세계 주요 거래소들은 2000년대 들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IPO에 나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지주회사 체제의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력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예를 들면 1990년대에 지주사 전환을 마치고 2000년대 초반에 IPO까지 끝낸 독일증권거래소는 지난해 싱가포르에 파생상품청산소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 상하이거래소와 데이터 공동 이용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싱가포르거래소 지분 5%를 가진 일본거래소는 4월부터 싱가포르거래소와 교차거래를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구조개편 작업이 늦었다는 일본도 2007년 지주사 재편과 2013년 상장 작업을 마친 상태다. 현재 세계 주요 거래소 중에서 지주회사 전환과 IPO를 하지 않은 곳은 한국거래소를 포함해 인도 스위스 터키 정도뿐이다.
그 결과 한국거래소는 현재 글로벌 경쟁에서 크게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수입은 주식·파생상품 거래수수료에 의지하는데 전성기보다 요율이 65%나 깎였다. 거래소 매출액은 2011년 4212억원에서 지난해 2828억원으로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2602억원에서 45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단순한 수익구조 때문에 자기자본이익률(ROE)도 4%에 그쳤다. 홍콩(24%) 싱가포르(35%) 등과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2011년 세계 1위였던 파생상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11위로 추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자본시장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만큼 더 이상 한국거래소의 구조개편을 늦춰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