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가 탄생하기까지 매우 많은 이들이 노력한다. 어울리는 노래는 물론 앨범 콘셉트와 의상, 화장법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티스트가 아닌 작곡가와 작사가, 코디, 콘셉트 디자이너 등 묵묵히 아티스트의 뒤를 지키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 세계를 엿보았다. <편집자 주>
[MBN스타 남우정 기자] 아이돌들에게 유닛 활동은 잠시나마 그룹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다. 그룹의 굴레 안에서 해보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 빅스 LR의 유닛 도전은 성공적이다.
빅스의 첫 유닛인 빅스 LR은 그룹 내에서 곡을 쓸 수 있는 라비와 레오로 구성해 앨범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웠다. 칼군무에 확실한 콘셉트를 보여주던 빅스와 달리 빅스 LR은 타이틀곡 ‘뷰티풀 라이어(Beautiful liar)로 아티스트적인 면을 강조했다. 그걸 무대에서 표현하는 것이 바로 퍼포먼스다. ‘뷰티풀 라이어 가사처럼 이별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퍼포먼스로 승화시킨 것은 빅스의 데뷔 당시부터 안무를 전담하고 있는 나나스쿨의 정진석 단장이다. 그를 만나 이번 콘셉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뷰티풀 라이어를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이 어땠나?
망했다 싶었다.(웃음) 노래는 좋았는데 안무를 짜긴 어려웠다. 빅스와 여러 작업을 했는데 콘셉트를 정하고 작업을 했을 때 집중하기 쉬웠다. 이번엔 주제부터 정하는 게 어려워서 다른 빅스의 작업들보단 힘들었다.”
그렇다면 안무를 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인가?
라비가 작곡한 곡이고 레오는 무대에서 피아노를 친다. 그 장점을 살려보자고 했다. 안무를 하지 않아도 비어 보이지 않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엔 안무팀원 12명이 파트별로 4명씩 나눠서 들어가는 안무를 짰었다. 둘이 나와서 무대가 비어보이지 않으려고 그렇게 했는데 오히려 산만하고 노래가 돋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팀원은 8명으로 정리했다.”
이전에 빅스의 안무는 가사와 매치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어땠나?
전 안무를 짤 때 기본적으로 가사가 먼저다. 저희가 춤을 만드는 건 궁극적으로 노래를 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사의 의미를 같이 전달해야 한다. ‘뷰티풀 라이어는 랩과 노래로 나눠지다 보니까 안무는 다 뺐다. 오히려 춤을 추면 우스워질 것 같아서 뺐다.”
안무팀이 들고 나오는 가면이 인상적이다. 가면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가사에 가면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도 하고 내면의 자아를 표현하기 위해 가면을 사용했다. 콘셉트를 잡기 어려웠던 게 이전에 ‘하이드에서 상반된 콘셉트를 보여준 적이 있어서 겹칠까봐 걱정됐다. 그래서 가면을 사용하지만 레오와 라비가 쓰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하다 보니 양손에 하나씩 들 수 있는 가면을 제작했다. 가면이 반으로 갈라져 있는데 노래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던 게 제 작은 바람이었다.”
직접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라비와 레오에게 따로 요구한 게 있나?
안무가 없어서 그냥 너희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했다. 분위기를 잡고 선을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애들에게 맡겼다. 아무래도 두 명이서 무대를 하다 보니까 동선도 간단했다. 그래도 라비와 레오가 오버스럽지 않게 해줬다.”
뮤직비디오에서 레오와 라비가 상반신 탈의를 한 채 바닷가에서 춤추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현대무용 같은 느낌도 든다
사실 그 부분은 뮤직비디오 현장에서 새롭게 작업한 것이다. 원래 준비를 다 해갔는데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이 있어서 급하게 수정을 했다. 다행히 빅스는 데뷔할 때부터 저희 손으로 가르치던 친구들이라서 빨리 받아들였다. 현장에서 많이 바뀐 것이다. 아예 행위예술 같은 느낌을 원해서 제스처를 춤처럼 표현했다.”
빅스 멤버들과 데뷔 때부터 함께 했다고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
‘다칠 준비가 돼있어부터 극단의 조치를 썼다. 오글거리고 비호감이 될 수 도 있는 콘셉트였는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보단 이미지적으로 기억하기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뮤직비디오 찍기 3일 전에 콘셉트가 정해졌다. 그 때 반응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하이드(Hyde)다. 노래가 나오기 전부터 콘셉트를 정해두고 작업을 했다. 3명씩 지킬, 하이드로 나눠서 작업을 했는데 굉장히 힘들었지만 팬들이 좋아해주고 동선이 퍼즐처럼 딱 맞아 떨어져서 좋았다.”
안무가로 20년 정도 작업을 해왔는데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
현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제가 무대에 서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줄어든다. 방송 안무라는 게 트렌디한 춤을 추는 사람인데 안무를 짜더라도 무대에 서지 않으면 ‘이게 트렌드다라고 말할 용기가 줄어든다. 아직까진 전 무대에 서는 게 제일 재미있다. 안무가로 재미있게 작업하는 게 제 목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콘서트 연출을 해보고 싶다. 무대에 서 본 사람과 무대를 보는 사람, 두 가지 시선을 알고 있어서 한번 해보고 싶은 작업이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