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활한 `경의선 숲길`… 텅빈 `신촌역사`
입력 2015-09-02 17:26  | 수정 2015-09-02 22:05
새로운 명소·상권으로 부활한 연남동 경의선 숲길 풍경. <김호영 기자>
경의선 열차의 흔적을 두고 신촌 민자역사는 '상처'를, 홍익대 동교동삼거리는 '새 살'을 만들어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서강역과 당인리발전소(현 홍익대 앞 중부화력발전소)를 오가는 석탄기차가 지나던 마포 동교동삼거리는 요즘 범홍대상권이자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반면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인기를 끌던 '분양형 상가'로 인근 대학가의 패션 메카로 거듭나겠다던 '신촌기차역 밀리오레'는 유령건물이란 오명을 쓴 채 소송전에 휘말리게 됐다.
두 상권 운명이 갈리게 된 건 '스토리'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중국인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 상권이라고 무조건 잘되는 것은 아니다"며 "상권 투자 시 필요조건으로 꼽는 '스토리' 유무가 다른 상권과 차별된 문화적 요소로 자리 잡아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경의선 숲길 '연트럴파크' 양 옆으로 단독·다가구주택을 개조한 작은 식당과 카페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중이다. 숲길이 개장한 지난 6월 말을 전후해 인근 투자수익률은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 지역이 자리한 홍대·합정 소규모 매장의 올해 1분기 투자수익률은 1.88%에서 지난 2분기 1.94%로 올랐다. 신촌·마포 일대가 같은 기간 1.72%에서 1.85%로 오른 것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사이에도 투자 문의가 이어졌지만 숲길이 생긴 이후로는 상가 개조가 가능한 단독·다가구주택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3.3㎡당 2000만원 후반이었던 건물을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어 3000만원 선에 이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3.3㎡당 임대료는 60만~70만원 선이다.
숲길은 경의선 철도가 땅 밑으로 내려가면서 철도시설공단이 내놓은 지상 토지를 서울시가 공원으로 꾸민 것이다. 2012년 4월 1단계(대흥동 구간 760m)에 이어 지난 6월 말 2단계 구간이 새로 태어났는데 이 2단계 구간 중 홍대입구역에서 연남파출소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연남동 구간(1268m)이 '연트럴파크'로 통한다. 공원에서 20m 아래인 지하에는 문산과 서울역을 오가는 경의선 전철, 그 아래 지하 40m 지점에는 공항철도가 다닌다.
상가가 텅 빈 채로 남은 신촌 밀리오레 전경. <김호영 기자>
2006년 신촌 민자역사 완공과 함께 문을 연 밀리오레는 악화 일로를 걷는 중이다. 지하 2층~지상 6층에 연면적 3만㎡ 규모인 밀리오레는 5·6층 메가박스 영화관을 제외하고는 1~4층이 모두 빈 상태로 "이 건물은 법원으로부터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지고 명도소송이 진행 중인 건물"이라는 안내판이 나붙었다.
2000년대 초 분양형 상가로 흥행몰이를 한 '동대문 밀리오레' 사업자인 성창에프엔디(F&D)가 역사 건물을 빌려 '신촌 밀리오레'를 꾸민 후 10㎡ 남짓한 단위로 상가를 분양했다. "민자역사로 인천공항철도와 경의선 복선전철이 지날 것"이라며 분양했지만 노선이 지나지 않자 사기 분양 논란이 일었다. 업계 관계자는 "성창에프엔디가 경영난을 겪는 와중에 900억원이 넘는 분양반환대금을 한꺼번에 돌려줄 여력이 없어 분양을 받았던 사람들이 승소하고도 빚더미에 앉게 되자 올해 다시 추진단을 꾸려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신촌 밀리오레 일대의 올해 1분기 투자수익률은 1.25%에서 지난 2분기 1.18%로 내려갔다. 서울 전체가 같은 기간 1.36%에서 1.43%로 오른 것과 대조된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신촌 밀리오레의 눈물은 유동인구가 많은 게 전부가 아니란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저금리 기조 속에 상가 투자 수요가 늘고는 있지만 분양상담사 등의 말에 혹하지 말고 교통·개발 호재가 '예정'이 아니라 '현실'이 될 가능성 등을 냉정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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