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이고 무릎이야…퇴행성관절염 수술할까 말까
입력 2015-08-21 11:06  | 수정 2015-08-21 11:09

주부 박경숙씨(62)는 올해초 무릎에 통증이 심해졌다. 50대 중반부터 체중이 크게 늘었던 박씨는 그때부터 가끔 무릎이 뻐근하곤 했다. 그녀는 지난해말부터 아침에 일어날때 무릎이 뻣뻣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 들어 박씨는 조금만 움직여도 무릎이 쑤시고 붓고 아파서 땅을 짚고 다닐 정도로 통증이 악화됐다. 그녀는 병원에서 검사결과, 퇴행성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통증이 심해지면 동네병원에서 무릎에 연골주사를 맞았지만 이제는 주사를 맞아도 별로 효과가 없다. 주변에서는 수술을 하라고 권유하지만 웬지 두려움이 앞서고 무섭다. 박씨처럼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수술을 해야할지, 아니면 수술말고 또 다른 치료법은 없는지 궁금해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국내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2009년 약 112만명에서 2013년 116만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으로 매년 약4%씩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65세이상의 골관절염 환자 비율은 24%에 달한다. 노인 4명중 1명꼴로 무릎 또는 엉덩이 관절에 치료가 필요한 상태의 관절염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여성(34.3%)은 남성(9.2%)보다 4배 가량 많다. 여성은 폐경이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뼈가 약해지는 데다 남성에 비해 근육량이 적고 수십년동안 쪼그려 앉는 자세로 가사 노동을 많이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퇴행성 관절염은 체중을 받거나 많이 쓰는 부위인 무릎과 허리척추, 발목 그리고 손가락 등에 주로 생긴다. 퇴행성 관절염의 주범은 한 마디로 관절의 지나친 소모다. 무릎 관절을 지나치게 많이 쓰게 되면, 무릎관절 사이에 위치해 무릎 보호 역할을 하는 연골이 닳고 찢어져 뼈와 뼈가 맞닿아 통증을 유발한다. 퇴행성 관절염이 시작할 때에는 아프고, 붓고, 그 부위가 빨개지거나 만지면 통증이 있다. 하지만 정작 혈액검사나 X레이 촬영에서는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마모에 의한 변화여서 혈액에는 이상이 없고, X레이를 찍어도 퇴행성 변화가 적어도 40~50% 진행돼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무릎 관절의 연골손상이 클수록 통증이 심하고 붓고 뻣뻣해진다. 걸을 때 절뚝이고 무릎에서 삐걱 소리가 나며 계단을 오르내릴 때 힘들어 한다.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 자세를 많이 취한 노인들은 관절 안쪽면의 마모가 집중돼 ‘O자 다리가 되는데, 양쪽 무릎 사이가 주먹이 통과할 정도면 이미 중기 이상에 접어든 상태다.

최정근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은 흔히들 무릎에 통증이 나타나면 나이가 들어서 그러겠거니 하고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퇴행성관절염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연골이 완전히 손상되어 다리가 ‘O자로 휘거나 걸음걸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이 있으면 통증 때문에 거동이 제한돼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만성질환까지 악화시킨다. 또한 행동제한에 따른 고립감과 무기력증으로 우울증과 치매 위험도 높아진다.
관절염은 진행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다양하다. 무릎연골 손상이 심하지 않는 초기에는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 염증을 줄이고 뻣뻣해진 관절을 부드럽게 이완시킨다. 연골 손상이 중증이상으로 진행되었거나 다리가 ‘O자형으로 휘는 증상을 동반하고 있다면 휜다리 교정술과 관절내시경 수술, 제대혈 줄기세포치료가 효과적이다. 무릎관절 변형이 심한 말기 퇴행성관절염 환자라면 인공관절치환술을 고려해 봐야 한다.
제대혈 줄기세포치료는 신생아의 태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한다.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세포 수를 늘린 후 최적의 세포를 골라 관절염 부위에 주입하면 연골 조직이 새롭게 생성되는 것이다. 이는 환자의 연령에 관계없이 시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층에 적용이 가능하다. 시술시간도 30분~1시간으로 짧고 절개 부위도 2~3㎝로 작아 고령환자에게 부담이 적다. 시술 후 6개월에서 1년 경과되면 건강하게 재생된 연골을 확인할 수 있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1cm미만의 작은 구멍을 내어 내시경이 부착된 관을 삽입한 뒤 관절내 질환상태를 모니터로 직접 확인하며 병변 부위를 치료한다. 관절운동을 방해하고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이나 이물질을 제거하고 손상된 연골이나 반월상연골판을 다듬어준다. 질환을 직접 볼 수 있어 MRI검사에서 진단되지 않은 병변까지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소한의 피부절개로 출혈이 거의 없고 회복시 통증도 적다. 수술시간도 30분 안팎이고 경막외 마취로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인공관절치환술은 손상된 무릎관절을 깎고 다듬어 낸 후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치료법이다. 관절을 이루는 연골의 퇴행성 변화가 심하거나 골 변형이 발생한 경우 시행한다. 최소한의 절개를 통해 출혈과 통증, 흉터자국도 줄이고 근육과 인대손상도 최소화해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무릎 관절염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려면 근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근육 중에서도 허벅지 근육을 키워야 무릎 관절로 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근육(무산소)운동에는 크게 등장성운동과 등척성운동이 있는데, 초기 관절염 환자에 등장성 운동이 좋고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했거나 체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등척성 운동이 적절하다. 등장성 운동은 관절을 움직이는 동적인 운동으로 바벨이나 덤벨을 들고 팔을 굽히거나 펴는 대부분의 웨이트 운동이 여기에 해당된다. 등척성 운동은 가급적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며 힘을 주는 정적인 운동이다. 벽에 손을 대고 최대한 힘을 가하여 미는 운동방식이 바로 등척성 운동이다.
정태석 제일정형외과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원장은 관절염에는 의자에 앉아 허벅지에 힘을 주면서 다리를 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며근력 운동과 함께 관절의 가동 범위를 늘리는 스트레칭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근력 운동과 함께 체중조절, 생활방식 개선도 중요하다. 비만은 관절 부하를 늘려 연골 손상을 가속화하기 때문에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이미 연골이 손상된 환자도 체중을 줄이면 통증과 불편함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좌식생활과 쪼그려 앉는 자세를 하면 관절 구부리는 각도가 커져 관절염을 악화시키므로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
<내 무릎관절은 괜찮나?>
□ 나이가 40세 이상이다
□ 나는 여성이다
□ 다리가 O자형 다리다
□ 다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굵다
□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졌다
□ 굽 높은 구두를 즐겨 신는다
□ 구두 밑창이균등하게 닳지 않았다
□ 무릎을 다친 적이 있다
□ 최근 들어 다리에 힘이 없다
□ 운동을 무리하게 하고 있다
※지금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연골이 닳아있을 가능성이 높음. 체중을 줄이고 관절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영양섭취 필요.
<퇴행성관절염 자가진단>
□ 나이가 40세 이상이고 현재 비만상태다
□ 무릎에서 딱딱거리거나 덜거덕덜거덕 소리가 난다
□ 평소 걷고 난 후 무릎통증이 2~3일 이상 간다
□ 계단을 내려갈 때 특히 통증이 심하다
□ 서있을 때 무릎이 부들부들 떨릴 때가 있다
□ 앉아있다가 일어설 때 무릎이 아프다
□ 무릎 사이가 벌어져 있다 (O자형)
□ 무릎이 제대로 구부러지거나 펴지지 않는다
□ 물걸레질이나 농사 등 쪼그려 앉아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항목이 3~4개이상이고 통증이 있으면 정확한 검사필요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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