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과는 다른 장르, 공포영화 퇴마: 무녀굴로 복귀
"공포영화 연출?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죠"
"한국 공포영화 소재 좋은데…한 번 안 되면 사장 안타까워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김휘(46)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다 지난 2012년 스릴러 이웃사람으로 데뷔한 연출자다. 흥행도 됐고 충무로에서 연출력을 인정을 받았기에, 차기작으로 40억원대 예산의 휴먼 코미디를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장르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제균 감독의 JK필름에도 콘텐츠 개발일을 했던 김 감독은 JK필름 관계자들로부터 "이해할 수 없다", "미쳤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관계자들도 "좋은 성과 이뤄놓고 한 순간에 무너뜨리려 한다"고 했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휘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원했던 영화감독이 돼 좋았다"면서도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게 공포 장르의 영화다. 그는 "시골에서 자랐는데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 극장에 가서 영화를 처음 봤다. 오멘과 킹공이었는데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고, 공포라는 소재에 자연스레 각인이 돼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JK필름에서도 공포영화를 기획했으나 성사되진 않았다. 영화 7광구도 사실은 뿌리가 폐시추선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좀비 출몰과 관련한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의 기획대로 됐다면 7광구는 아마 다른 장르로 또다른 평가를 받았을지 모를 일이다.
20일 개봉한 영화 퇴마: 무녀굴(이하 무녀굴)은 김휘 감독이 기획하고 있는 시리즈물의 첫 번째 공포영화다. 김 감독은 영화든 웹드라마든 다양한 플랫폼으로 사람들을 만날 계획을 품고 있다.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인 진명(김성균)과 그의 조수 지광(김혜성)이 기이한 현상을 겪는 금주(유선)를 치료하던 중 그녀 안에 있는 강력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물인 무녀굴은 추후 각각의 인물이나, 1편의 연장선 상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올 전망이다. 여고괴담 이후 공포영화 시리즈물이 사라진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도전이다.
김 감독은 "최근의 한국 공포영화는 좋은 소재가 많은데 흥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장된다"며 "기회를 주면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올 텐데, 한 번 잘못되면 그걸로 끝"이라고 아쉬워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공포영화 예산이 20억원을 넘는 건 모험수라고 해요. 일종의 안전핀을 꼽기 위한 선택이 배우들 캐스팅이죠. 하지만 이름 있는 배우들이 계속해서 공포라는 장르에 나오는 건 쉽지 않아요."
그런 점 때문에 배우 김성균에게 특히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성균씨가 요즘 뜨고 있는 배우잖아요. 이런 선택을 하기 쉽지 않은데 좋은 기획이라며 함께하기로 했어요. 대부분 CF나 이미지 때문에 공포영화를 꺼리는데 성균씨 덕에 시리즈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고마운 일이죠. 다른 배우들한테도 마찬가지고요."
김 감독은 모든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 그 중 1편 격인 무녀굴에서는 김성균이 맡은 진명에 좀 더 심혈을 기울였다. 얼토당토않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진명은 퇴마사이지만 스스로 의사라고 생각하고 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잡았어요. 주문을 외우거나 부적을 사용하는 건 제외하기로 했죠. 진명의 퇴마 도구는 메탈 느낌이 나는데 의료기기처럼 보였으면 했죠. 후반부 교회 신에서도 병원진료실처럼 침대에 환자 올리듯 배치하는 등 진명이 의사라는 지점에 신경을 쓰기도 했고요."
퇴마: 무녀굴은 소설 무녀굴이 원작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의대를 다니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퇴마사 일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김휘 감독은 "의대 공부를 했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며 진명을 정신과 의사 겸 퇴마사로 설정한 이유를 전했다. 샤머니즘과 현대 의학의 만남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의학 공부를 한 진명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진 않았어요. 그렇게 되면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대단한 악마가 등장해야 하는데,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많은 돈이 필요해요. 하지만 공포영화에 그렇게 투자할 사람들은 없죠. 그래서 저는 원혼의 이야기를 드라마적으로 탄탄하게 하려 노력했어요."
그의 말대로 무녀굴은 제주 4.3사건과 김녕사굴 설화를 소재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공포감을 전한다. 더욱이 이들의 다음 이야기를 위한 사전 포석이 군데군데 깔린 점도 좋다. 각각의 이야기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김 감독은 공포영화를 접할 다양한 루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단편으로 공포영화 만드는 사람도 있는데 통용되는 루트는 미장센단편영화제나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뿐이죠.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연장될 수 있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곳에서 발굴되는 감독도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그럼 계속 공포만 할 거냐고요? 얼마든지 변주할 수 있죠. 기본은 서스펜스가 가미된, 관객이 볼 때 재밌게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니까요.(웃음)"
jeigun@mk.co.kr/사진 워너비펀 제공[ⓒ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포영화 연출?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죠"
"한국 공포영화 소재 좋은데…한 번 안 되면 사장 안타까워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김휘(46)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다 지난 2012년 스릴러 이웃사람으로 데뷔한 연출자다. 흥행도 됐고 충무로에서 연출력을 인정을 받았기에, 차기작으로 40억원대 예산의 휴먼 코미디를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장르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제균 감독의 JK필름에도 콘텐츠 개발일을 했던 김 감독은 JK필름 관계자들로부터 "이해할 수 없다", "미쳤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관계자들도 "좋은 성과 이뤄놓고 한 순간에 무너뜨리려 한다"고 했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휘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원했던 영화감독이 돼 좋았다"면서도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게 공포 장르의 영화다. 그는 "시골에서 자랐는데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 극장에 가서 영화를 처음 봤다. 오멘과 킹공이었는데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고, 공포라는 소재에 자연스레 각인이 돼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JK필름에서도 공포영화를 기획했으나 성사되진 않았다. 영화 7광구도 사실은 뿌리가 폐시추선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좀비 출몰과 관련한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의 기획대로 됐다면 7광구는 아마 다른 장르로 또다른 평가를 받았을지 모를 일이다.
20일 개봉한 영화 퇴마: 무녀굴(이하 무녀굴)은 김휘 감독이 기획하고 있는 시리즈물의 첫 번째 공포영화다. 김 감독은 영화든 웹드라마든 다양한 플랫폼으로 사람들을 만날 계획을 품고 있다.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인 진명(김성균)과 그의 조수 지광(김혜성)이 기이한 현상을 겪는 금주(유선)를 치료하던 중 그녀 안에 있는 강력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물인 무녀굴은 추후 각각의 인물이나, 1편의 연장선 상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올 전망이다. 여고괴담 이후 공포영화 시리즈물이 사라진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도전이다.
그런 점 때문에 배우 김성균에게 특히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성균씨가 요즘 뜨고 있는 배우잖아요. 이런 선택을 하기 쉽지 않은데 좋은 기획이라며 함께하기로 했어요. 대부분 CF나 이미지 때문에 공포영화를 꺼리는데 성균씨 덕에 시리즈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고마운 일이죠. 다른 배우들한테도 마찬가지고요."
김 감독은 모든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 그 중 1편 격인 무녀굴에서는 김성균이 맡은 진명에 좀 더 심혈을 기울였다. 얼토당토않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진명은 퇴마사이지만 스스로 의사라고 생각하고 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잡았어요. 주문을 외우거나 부적을 사용하는 건 제외하기로 했죠. 진명의 퇴마 도구는 메탈 느낌이 나는데 의료기기처럼 보였으면 했죠. 후반부 교회 신에서도 병원진료실처럼 침대에 환자 올리듯 배치하는 등 진명이 의사라는 지점에 신경을 쓰기도 했고요."
퇴마: 무녀굴은 소설 무녀굴이 원작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의대를 다니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퇴마사 일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김휘 감독은 "의대 공부를 했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며 진명을 정신과 의사 겸 퇴마사로 설정한 이유를 전했다. 샤머니즘과 현대 의학의 만남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의학 공부를 한 진명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진 않았어요. 그렇게 되면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대단한 악마가 등장해야 하는데,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많은 돈이 필요해요. 하지만 공포영화에 그렇게 투자할 사람들은 없죠. 그래서 저는 원혼의 이야기를 드라마적으로 탄탄하게 하려 노력했어요."
김 감독은 공포영화를 접할 다양한 루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단편으로 공포영화 만드는 사람도 있는데 통용되는 루트는 미장센단편영화제나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뿐이죠.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연장될 수 있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곳에서 발굴되는 감독도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그럼 계속 공포만 할 거냐고요? 얼마든지 변주할 수 있죠. 기본은 서스펜스가 가미된, 관객이 볼 때 재밌게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니까요.(웃음)"
jeigun@mk.co.kr/사진 워너비펀 제공[ⓒ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