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아파트 10채 중 3채 전고점 돌파
입력 2015-08-19 17:31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등 재건축 관련 규제가 잇달아 완화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 후반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전세금 급등이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형국이다.
재건축 메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서초구가 대표적이다. 가격 상승 속도가 거침없고, 전 고점을 돌파한 가구 수도 많았다. 아파트값 상승폭이 큰 100개 단지를 분석한 결과 서초구가 절반에 가까운 42개에 달했다. 실제 반포·잠원동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 들어 아파트값이 1억~3억원 뛰면서 준공 이후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경남·신반포23차와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인 신반포3차 전용면적 118㎡ 평균 매매가는 13억1500만원으로 2008년 6월보다 3억2500만원 뛰며 압구정동 구현대7차와 함께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어 반포 주공1단지 전용면적 72㎡도 13억원으로 3억원 넘게 올랐으며, 잠원동 신반포2·6·8차 등도 2억원 이상 상승했다.
올해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7937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인 가운데 래미안에스티지S(서초우성2차), 반포한양자이(반포한양),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 등 절반 이상이 서초구에 몰려 있을 정도로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빠르다. 반포동 동아부동산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일반분양 최고가인 3.3㎡당 4000만원에 분양한 '아크로리버파크' 효과가 더해져 재건축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집주인이 매물을 싹 거둬들여 거래가 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한 둔촌주공도 1·2단지 일부 가구는 2008년 고점을 뛰어넘었다.
지난해부터 고공행진 중인 전세금도 아파트값을 밀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전세난에 시달리던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종로구, 중구, 서대문구 등 도심에 가까운 중소형 아파트 절반가량이 2008년 전 고점을 뚫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 2008년 6월 전 고점을 넘어선 가구 수 비중을 보면 종로구가 56.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중구(50%), 서초구(49.4%), 서대문구(45.6%), 금천구(40%), 관악구(39.3%) 등 순이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전 고점을 뛰어넘은 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아직 전체적인 서울 아파트 가격 지수는 전 고점을 돌파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재는 과열 국면이라기보다는 정상적인 회복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 아파트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현실에서 공급 물량이 쏟아지는 2017년까지는 완연한 회복세가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매량도 많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1만건 이상을 돌파했다. 이달 18일 기준 5869건이 거래됐으며 일일 거래량이 326건으로 이런 추세라면 8월도 1만건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해 실수요자층이 두꺼운 강서, 관악, 동대문, 성북구 등의 거래 증가량이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커지면서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세로 가격 메리트가 사라진 상황에서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추격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수도권 신규 분양 물량 등을 고려해 시장이 잠잠해지길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동산팀장은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목적으로는 현재 가격대는 높은 수준"이라며 "투자보다는 실수요자 관점에서 주변 시세와 꼼꼼히 비교해보고 매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도 "급매물이 빠지고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기다릴 여유가 있으면 시장을 좀 더 지켜보고 움직이는 것도 방법"이라며 "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 경제 여건 변수가 있는 데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내년에 본격 시행되는 만큼 대출 비중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향후 시장 전망을 그렇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엇갈린 진단도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지점장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서울 아파트 가격 회복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추격매수를 하라고 권하기는 힘들지만 실수요자라면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위해 입지 좋은 지역에 집을 사는 것은 고려할 만하지만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면서 대출을 끌어대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이근우 기자 /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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