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명문고 `졸업전 선후배 성관계 전통` 모른 척
입력 2015-08-17 15:46 

150년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미 명문 기숙학교에 성범죄를 유발하는 문란한 전통이 있었음이 밝혀져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졸업 전에 후배 여학생과 성관계를 갖도록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별 성관계 횟수를 기록한 ‘점수판까지 만들며 ‘성관계 경쟁을 조장했음이 드러났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뉴햄프셔 주 법원은 17일(현지시간) 뉴햄프셔 주 콩코드 지역에 위치한 세인트 폴 기숙학교 졸업생 오웬 라브리에(19)의 성폭행 사건에 대한 공판을 진행한다. 라브리에는 지난 2014년 5월 학교 건물 옥상에서 15세 여자 후배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라브리에가 이런 행동을 한 건 교내에 퍼져 있는 일명 선배 예식”이란 전통 때문이다 . 이에 따르면 이 학교 남학생은 졸업 이전에 반드시 후배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져야만 한다. 라브리에는 현지 경찰에게 남학생들이 이 전통에 따라 후배 여학생과 성관계를 갖고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남학생들은 개개인이 성관계를 갖는 데 성공한 횟수를 공개적으로 기록해두는 점수판”까지 만들어두고 ‘성관계 경쟁에 몰두했다. 본래 학교 안 세탁기 뒷쪽 벽에 유성매직으로 기록해 왔는데, 학교 측이 자꾸 이 점수판”을 지우면서 인터넷 게시물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라브리에가 이 경쟁에서 1등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17일 열릴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통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을 듣기 위해 학교 재학생, 졸업생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라브리에는 졸업식에서 학교 활동에 성실히 참여했음”을 이유로 교장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하버드 대학교에 지원해 합격 통보를 받기까지 한 인재였다. 성폭행 사건이 알려진 뒤 하버드대는 라브리에의 입학 허가를 취소했다.
라브리에는 상대방 여학생이 오히려 자신과 성관계를 갖길 원했으며 자신은 오히려 마지막 순간 자제력을 발휘해 참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배 여학생에게 선배와의 성관계는 자랑스러운 일”로 여겨지기 때문에 상대방이 관계 여부에 대해서 거짓말했다는 것이다. 또 라브리에는 학교 측이 이 전통을 없애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학교 규정 또는 신뢰의 위반은 적절하고 신속하게 해결될 것”이라 설명혔다. 하지만 정작 선배 예식” 전통에 대한 물음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세인트 폴 고등학교는 1856년 문을 연 이래 기숙형 명문고로 이름을 날리며 많은 유명 졸업생을 배출해 왔다. 미 국무장관 존 케리, 전 FBI 국장 로버트 뮐러를 비롯해 13명의 외교관과 3명의 퓰리처상 수상자 등이 이 학교 동문이다. 외국인 동문 중에서는 영국 의회 의원, 전 미쓰비시 CEO까지 포함돼 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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