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사흘연속 오전 9시 15분(현지시간)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지만 아시아 금융시장은 이번에는 평상심을 유지했다.
도쿄, 서울, 자카르타 등 아시아 금융시장은 인민은행의 예상치 못한 세 번째 평가절하 소식에 잠시 술렁했지만 이내 장초반 상승무드를 되찾았다. 이틀 동안 떨어질 만큼 떨어진 데다 위안화 평가절하의 득실에 대해 충분히 분석한 만큼 이성적인 대응이 가능했다.
코스피는 잠시 하락했다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지난 이틀 동안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던 코스닥은 급등세를 연출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례에 걸친 위안화 기습 절하 이후 중국 정부가 한 번 더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에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 했다”며 중국 정부의‘추가절하 없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안정세를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장 초반부터 오름세를 보였던 도쿄 증시도 잠깐 출렁이다 아무일 없다는 듯이 상승세를 유지했고, 0.99%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전날 3% 넘게 떨어졌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는 장중 2% 넘게 올라 하루 만에 회복세를 보였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 지수도 전날 2.62% 떨어졌으나 이날은 상승률이 1%를 넘어서 중국 시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만 가권지수도 0.34% 오른 8311.74로 상승 마감했다.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달러화 강세 우려에 약세를 보였던 아시아 외환시장도 이날 만큼은 부담감을 덜어낸 모습이었다.
달러당 원화 값은 전날보다 15.2원 오른 1175.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 1174~1175원 선에서 거래되다가 오전 10시 30분경 인민은행의 추가절하 발표가 나온 뒤 상승폭이 커지면서 1170원에 근접했다. 오후 들어 상승폭이 점차 줄어들긴 했지만 강세로 장을 마감했다. 위안화 절하 발표직후 원화 값이 폭락한 전날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달러당 엔화 값도 전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싱가포르달러화, 태국 바트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 아시아 통화 대부분이 강세를 보였다.
외환시장의 관심이 더 이상 위안화 절하 이슈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 금리 인상 이슈로 옮겨간 탓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 영향으로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전망이 한층 힘을 얻으면서 달러화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정경팔 외환선물 연구원은 중국 국영은행들이 인민은행을 대신해 달러를 매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안화 쇼크가 급격히 진정되고 있다”며 금리 인상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힌 피셔 연준 부의장의 발언이 영향을 미치며 달러가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지만 불안요인은 남아있다.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이 관심거리다. 환차손과 증시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날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2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7거래일 연속 매도를 이어갔다. 다른 아시아 신흥국에서도 외국인이 이탈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손동우 기자 / 정지성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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