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차기 당수를 뽑기 위한 선거에서 좌풍(左風)이 거세게 불면서 당내 분열이 가속화 되고 있다. 지난 5월 총선에서 대패를 당한 이후에도 반성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원로들의 주장과 더 ‘좌클릭을 지향하는 신예간 충돌이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2개월 전 당대표 경선 후보 등록 당시만 해도 노동당 내 지지율이 제일 낮았던 ‘강경 좌파 제레미 코빈 의원(66)은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당수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사회주의자 에드 밀리밴드 전 당수가 이끌었던 노동당은 보수당에 참패했다. 강한 좌파 색채를 드러냈던 게 원인이었는데, 오히려 더 강한 좌파 인사에게 향후 수년 간 리더십을 맡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3의 길을 주창하며 노동당 시대를 열었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코빈이 당선되면 노동당이 절멸할 것”이라 밝히는 등 노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당대표 선거 유권자 등록 과정을 문제 삼아 벌써부터 선거 무효 주장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선거에는 제레미 코빈 의원, 앤디 번햄(45) 의원, 이베트 쿠퍼(46·여) 의원, 리즈 켄달(44·여) 의원 등 4명이 출마했다.
1강(콜빈)·1중(번햄)·2약(쿠퍼 및 켄달) 구도를 보이는데, 최근 여론조사업체 유거브의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빈 의원이 53%로 2위 번햄 의원을 30%포인트 이상 앞지르고 있다. 코빈을 제외한 후보들은 노동당 지지자가 아닌 외부 ‘침입자들이 코빈을 당선시키기 위해 대거 유권자로 등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기기사 아들로 태어난 코빈 의원은 공공부문 노조단체인 옛 전국공무원노조 상임 활동가로 일한 노조 출신이다. 20년 넘게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보수당이 추진하는 재정 긴축에 반대하고 있다. 그밖에 100억 파운드(약 18조원)를 조성해 대학 수업료를 면제하고, 서민층 가정 대학생에게 생활보조금으로 주는 교육지원금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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