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시내의 2㎞ 남짓한 진링동루 악기거리는 악기 판매점들이 빼곡히 들어선 중국의 대표 악기거리다. 지난 2일 찾은 이 곳은 휴일임에도 고객이 몰려 직접 악기를 만져보며 고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중국판 낙원상가인 이 곳은 꾸준히 성장하는 중국 악기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격전지로 통한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첫 학기가 9월에 시작을 되기 때문에 지금이 악기판매를 위한 최대 성수기”라며 삼익악기 역시 금령동로 내 삼익·자일러 매장을 운영하는 등 10여 곳의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글로벌 회사들과 중국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악기산업은 향후 최소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인구제한 정책에 따라 ‘소황제로 불리는 자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국 중산층이 늘고 있고 문화수준 역시 높아지고 있어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이형국 삼익악기 부회장은 중국은 전 세계 피아노 판매량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시장인 반면 피아노 보급률은 5% 미만으로 매우 낮다”며 게다가 중국 정부가 1인 1악기 교육을 강조해 최근 기타와 관악기 바람까지 불면서 성장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했다.
삼익악기는 중국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3가지 전략을 쓰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 확대, 중국 서부시장 개척, 교육·문화사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다. 지난 2008년 인수한 독일 자일러(고가)와 삼익악기(중가)로 가격대별로 제품을 세분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 올렸다. 향후 문화·교육 사업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확고히 굳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삼익악기 판단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막을 내린 1회 자일러·삼익 전국청소년 피아노 콩쿠르의 경우 65개 지역에서 10만명 가까이 지원했다는 것은 악기에 대한 중국인들이 관심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향후 중국 내 신사업으로 중국인들이 가장 관심 있어하는 음악·영어교육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학원 등을 각지에 보급해 삼익악기 브랜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중국 서부지역 역시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현재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동부지역에서만 매출이 70% 이상 나고 있는데 향후 청두·시안·천칭 등 서부에 대리점을 확대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겠다는 것. 이 부회장은 향후 중국 시장에서 3대 메이커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5년 안에 중·고가 피아노 점유율은 40%인 2만 5000대까지 끌어 올릴 것”이라며 디지털 피아노 시장 역시 상당한 관심을 갖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제품을 꾸준히 출시해 글로벌 업체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삼익악기 제품 취급점을 현재 400여 곳에서 600여 곳까지 늘릴 방침이다.
중국 로컬 악기업체가 무섭게 크고 있는 것에 대해 삼익은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이 부회장은 중국에 들어오면서 크게 두 가지를 하지 말자는 방침을 정했는데 하나는 중국 로컬업체와 경쟁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외상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로컬업체들이 쏟아내는 저가 제품에 이길 방도가 없고 중국 내 외상거래가 만연해 있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삼익악기는 저가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중·고가 제품에 집중하고 있으며 판매점에서 현금이 들어와야 제품을 출고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저가시장에 뛰어든 일본 경쟁사인 야마하·가와이 등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현재 중국 피아노 시장은 연간 30만대 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20%를 차지하는 중·고가제품으로 차별하겠다는 것. 실제 삼익악기는 지난해 중국 중·고가 피아노시장의 2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매출액은 2013년 약 354억원에서 2014년 431억원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650억원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 90% 이상이 피아노 판매를 통한 매출이다. 지난해 판매한 피아노는 1만 5000여대로 올해는 약 15% 증가한 1만7000여대를 판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하이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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