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노인성 뇌질환으로 전 세계 630만명이 앓고 있다. 이 질환은 뇌의 신경세포가 점점 소실돼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지면서 발생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권투선수인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폭스가 이 질환을 앓았다. 아직까지 파킨슨병 완치 방법은 없고, 증상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현재 치료의 목표다. 특히 고령화 사회의 치명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 질환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다.
대한파킨슨병협회(회장 최진경)는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자 파킨슨병 간병과 그로 인한 간병 가족의 투병관리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121명의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 투병관리조사를 7일 발표했다.
협회에 따르면, 파킨슨병 보호자들은 낮은 사회적 관심과 지원 속에서 정신적, 재정적 부담이 큰 생활이 지속되어 사회 차원에서의 공감과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간병에 필요한 도움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 중 38.8%에 달했다. 또한 ‘간병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을 다 받았다는 질문에는 58.7%가 전혀 아니라고 답했고, 전체 응답자 52.1%가 간병인으로서 자신의 요구사항을 전문가들이 전혀 검토해주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정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중증 환자 보호자의 54.1%가 ‘간병으로 인해 우울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또한 ‘간병 때문에 내 인생이 멈추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보호자의 경우 33.8%, 중증 파킨슨병 보호자의 경우 42.6%에 달해 파킨슨병 질환 정도가 중할수록 심리적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답한 비율이 중증의 경우 60.7%로 장래 삶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충분한 심리적 지원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량(52.1%)이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특히 파킨슨병 유병 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에서 그 비율이 66.7%로, 10년 이상인 경우의 비율 36.2% 보다 1.8배 가까이 높아 질환 발병 초기에 심리적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파킨슨병 간병으로 인한 보호자 질환 중 우울증을 앓는 비율은 18.2%로 성인병(24.8%)과 육체적 통증(24%)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이와 함께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가 이전에 직업이 있었지만 환자 간병을 위해 그만두었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 중 17.4%로 나타났다.
특히 환자가 중증인 경우는 24.6%로 나타나 4명중 1명꼴로 보호자가 자신의 직업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자신의 직업을 그만둠에 따라서 수입이 줄어들면서 동시에 간병해야 하는 환자의 치료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재정적 부담도 상당했다.
조사 결과, 중증의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의 62.3%가 ‘빚지는 게 걱정된다고 답했고, 중증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의 73.8%가 ‘현재의 재정적 상황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돈 문제가 걱정이다라고 응답한 중증 파킨슨병 환자 보호자의 비율은 77%에 달했다.
연세대 의대 신경과 손영호 교수(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장)는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 파킨슨병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의 재정적, 정신적 부담이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국가 및 전문가들의 많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므로 관련 제도적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파킨슨병협회 최진경 회장은 파킨슨병의 경우 완치가 어렵고 평생 완화시키는 약을 복용해야 하는 바, 정부의 간병지원 확대와 가족들을 위한 질환정보 교육 및 심리 프로그램이 확대되기를 바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파킨슨병을 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 대상질병에서 제외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렇게 되면 병원비와 약값이 3배로 치솟게 된다. 오히려 먼저 왜 파킨슨병의 유병율이 해마다 증가하는지 그 원인을 규명하려는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이는 또한 가칭 ‘희귀난치성질환 관리법 같은 근거가 되는 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정부는 파킨슨병 환자들을 평생 돌보고 있는 가족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파킨슨병의 약물치료는 뇌에서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하고, 도파민 부족으로 인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맞춰 뇌신경세포 파괴를 예방하고 속도를 늦춘다. 그러나 파킨슨병을 진단 받은 지 7~10년이 되면 치료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춤추듯 몸을 흔들게 되는 ‘이상운동 항진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약 10%는 경구제 치료를 통한 파킨슨병 운동증상의 조절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태로 진행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파킨슨병 환자는 최근 5년간 2만 4000명 가량 증가했으며, 진료비는 지난해 2620억원으로 2010년 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인구고령화로 전 세계적으로도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