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친정엄마. 상복을 입은 딸과 죽은 엄마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혼백이 된 엄마는 낼 모레가 우리딸 생일인디 그 때나 지나고 갑시다”며 죽음을 늦추려고 안간힘을 쓴다. 딸은 엄마의 영정 사진을 들고 통곡한다. 엄마 미안해. 늘 나 힘든 것만 말해서 미안해. 언제나 외롭게 해서 미안해. 세상에서 제일 이쁜딸 자주 보여드리지 못해서 미안해···.”
연극 ‘잘자요, 엄마 모녀의 모습은 정반대다. 모든 것을 딸에게 의지하던 철부지 엄마가 뼈저린 후회를 한다. 뇌전증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을 결심한 딸을 붙잡으려고 애쓰지만 소용 없다. 딸은 자신을 쏠 권총을 닦고 집안 곳곳을 정리한다. 엄마를 위해 사탕 상자를 채우고 세탁기 사용법을 알려준다.
이혼 후 아들이 가출하고 불행에 허덕였던 딸은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한다. 엄마는 그런 딸의 마음을 헤아려본 적 없다. 오히려 딸의 병을 애써 외면하려고만 했다. 뒤늦게 딸의 아픔을 깨닫게 된 엄마의 애원에도 딸은 자살을 감행한다. 엄마의 통탄이 공허한 무대를 채운다. 난 정말 몰랐어. 네 곁에는 평생 이 에미가 있었는데, 너는 그토록 혼자였다는 걸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니. 내 아가. 날 용서해 다오···난 니가 내껀 줄 알았어.”
두 연극 내용은 다르지만 관객의 반응은 비슷하다. 극이 끝날 무렵 객석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너무 울어서 공연이 끝나도 일어나지 못하는 관객도 있다.
객석 70% 이상을 차지하는 모녀 관객도 두 연극의 공통점이다. 극장을 나오면 앞으로 더 잘 할게”라고 약속하는 엄마와 딸을 볼 수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가슴을 치는 중년 여성 관객들도 부지기수다.
그들의 발길 덕분에 두 연극이 매진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대학로 예술마당 1관(220석)에서 공연되고 있는 ‘친정엄마는 1만명을 동원했다. 지난 7월 3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320석) 무대에 오르고 있는 ‘잘자요, 엄마는 누적 관객 7000명을 넘겼다.
공연 제작사는 여성 관객이 90%를 차지한다. 딸이 예매해 어머니와 관람하거나 사위가 예매해 아내와 장모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모녀가 함께 연극을 보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호응이 크다.중년 여성 모임 단체 관람도 줄잇는다”고 밝혔다.
피와 살을 나눴지만 애증 관계인 모녀 관객 할인 티켓도 흥행 견인차다. ‘친정엄마는 20%, ‘잘자요, 엄마는 30%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잘자요, 엄마 제작사 수현재컴퍼니는 추첨을 통해 제주도 왕복항공권을 선물한다.
두 연극 모두 모녀에 초점을 맞췄지만 엄마의 모습은 극과극이다. ‘친정엄마는 평생 희생만 하는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상을 내세웠다.몸이 병들어가는줄도 모르고 일만 하는 어머니는 내가 오래 살아야 우리딸이 편할텐디. 내가 애도 봐주고, 김치도 담어주고”라며 자식 걱정 뿐이다. 그러나 딸은 마지막까지도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때늦은 후회를 한다. 나는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독백은 이 세상 대부분 딸들의 통한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 연극은 고혜정 작가와 이효숙 연출 작품이다. 탤런트 박혜숙과 조양자가 따뜻한 엄마로 열연하고 있다.
고밀도 2인극 ‘잘자요, 엄마는 미국 유명 극작가 마샤 노먼의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가족의 결핍과 소통을 깊이 있게 파고든 수작이다. 딸의 고통을 애써 외면하던 이기적인 미국 엄마 델마 역은 탤런트 김용림과 나문희가 맡고 있다. 딸 제씨역은 배우 이지하와 염혜란이 번갈아 연기하고 있다.
딸이 자살하기 직전에 모녀는 추억과 현재를 오가며 화를 내고 울면서 서로를 이해한다.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가능했던 모녀의 이야기가 충격적이면서도 아프게 다가온다.
대학로를 ‘눈물 바다로 만들고 있는 두 작품 모두 30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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