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폴리스라인 준수하고 확성기 안쓰는 홍콩시위대 왜?
입력 2015-08-05 15:19 
홍콩 시내 보행자 도로 위에 질서정연하게 정돈된 시위대 텐트와 집회 도구들. 홍콩에는 질서유지선 밖을 절대 넘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보장된 집회의 권리를 향유하는 시민문화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세계의 이목이 홍콩에 쏠렸다. 홍콩 시민 10만명이 중심지 센트럴(central) 거리로 터져나와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대륙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반정부 시위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긴장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경찰을 동원해 최루탄을 쏘고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켰다. 그럼에도 홍콩 시민은 결코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다만 마스크를 쓰고 우산으로 최루액을 막아내며 행진을 이어갈 뿐이었다. 시위가 끝나면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심지어 시위대 틈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외신들은 홍콩 시민의 선진적 시위 문화에 찬사를 보내며 ‘우산혁명이라고 불렀다.
홍콩 시민의 선진적 시위 문화는 ‘우산혁명이 끝난 지금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해 12월 홍콩 정부가 시위대를 강제해산한 후에도 시민들은 한동안 거리를 점거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선을 넘어 보행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기자가 직접 방문한 홍콩 중심가인 어드미럴티(admiralty)에서도 선진 시위 문화의 흔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영사관과 행정청사, 입법의회가 밀집해 시위가 가끔 벌어지지만 보행자 도로 위에는 어김없이 선이 그어져 있었다. 50여개의 시위대 텐트 가운데 그어진 선을 넘어 설치된 것은 단 한개도 없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12월 시위대를 해산한 뒤로도 이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자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선을 그었다. 보행을 방해하거나 불쾌하게 만드는 행위는 철저히 단속하되, 선을 지키며 시위를 하면 강제로 해산하지 않았다. 시위대 근처에서 순찰하던 경찰도 시민들에게 적대적이지 않았고 시민들도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화롭게 시위를 벌였다.
텐트 입구에 걸린 우산 문양은 민주화 운동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텐트 근처 어디에도 과격한 문구를 담은 현수막이 내걸리지 않았고, 보행자를 괴롭히는 확성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我要眞普選(나는 진짜 보통선거를 원한다)고 쓰인 노란색 띠만이 그들의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드러내는 창구였다. 홍콩 시위대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홍콩 시위대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절차를 지키면 홍콩에서는 누구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제지하지 않는다. 홍콩 시위대가 밀집한 어드미럴티 거리 한켠에 설치된 나무 걸개에는 ‘홍콩 힘내라!‘단결해야 승리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나무 팻말 옆에는 중국 정부를 성토하는 내용으로 서명 운동을 벌이면서 지난 외국인에게도 전단지도 나눠줬다. 중국 본토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본토에서는 어떤 형태의 시위도 허용하지 않으며 반정부 운동을 벌이면 관련자를 곧바로 체포한다. 이에 비해 민주적 절차를 지키는 홍콩 시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고 있었다. 중국 대륙 출신의 두융메이(28)는 홍콩은 대륙 보다 자유롭고 질서가 있는 편”이라며 홍콩에 이주하려는 대륙 사람이 밀려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홍콩 시민 마이클 청(가명)은 홍콩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옆으로는 노란색과 흰색 헬멧이 각각 15개씩 30개가 선을 맞춰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청씨는 시위가 벌어지면 사용하려고 둔 것인데 어지럽게 놓으면 보기 안 좋지 않냐”고 설명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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