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롯데家 경영권 분쟁에 123층 랜드마크사업 주춤
입력 2015-08-04 17:32  | 수정 2015-08-04 21:41
107층까지 올라간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 [김호영 기자]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격해진 가운데 내년 말 완공 예정인 123층 높이 롯데월드타워 오피스와 오피스텔 분양 역시 뚜렷한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총사업비만 3조8000억원대로 타워 건물 공사 비용만 벌써 2조원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공사비 회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양 계획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 틈바구니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4일 "빌딩 공사는 그룹 사정과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회사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면서 롯데물산과 롯데건설, 롯데자산개발 등은 분양에 앞서 공사 진행에 주의를 기울이는 상황"이라며 "분양 계획이 현재로선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세간에선 추정 분양가 등 소문이 흘러나오지만 아직까지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을 주요 영업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내년 말 완공 전에는 분양이 이뤄지겠지만 그 시기가 내년 상반기가 될지, 하반기가 될지도 오리무중"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107층 높이까지 공사가 진행돼 공정률 55%를 기록 중인 롯데월드타워는 △42~71층 레지던스형 오피스텔(223실 분양) △107~114층 프라이빗 오피스 공간(7실) 등을 분양할 예정이었다. 그룹 측에선 이미 타워 건물 17층에 이탈리아산 대리석 바닥 등 최고급 자재로 장식된 오피스텔 쇼룸을 만들어 자재 선정 등을 마쳤다.
올 하반기부터 중국과 일본인 부호 등 VVIP층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분양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일단 분양 자체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오피스텔 모델하우스를 만들어도 전면 외부 개방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프라이빗 오피스텔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객에 한해 예약제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오피스텔 분양 단가가 얼마나 될지다. 회사 측에선 인근 갤러리아포레와 삼성동 아이파크 등의 시세를 참고하며 공사대금의 적정한 회수를 위해 오피스텔 분양 단가를 3.3㎡ 기준 평균 8000만원 선에서 저울질 중이다.
부동산 컨설팅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최고가로 분양됐다는 도라노몬힐스의 경우에도 분양가격이 3.3㎡당 1억원 선에 그쳤다"며 "아무리 강남이라 해도 최고급 주거지가 아닌데 3.3㎡당 8000만원은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초고층 오피스텔의 경우 일반아파트와 달리 전용률(실사용 면적)이 40%대 수준에 불과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만큼 좁다는 얘기다. 오피스텔 분양 흥행을 위해선 분양가를 낮춰야 하지만 빌딩 사업성을 위해선 분양가격을 올려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그룹 회장 등 롯데 최고경영자들의 고도의 경영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당초 롯데월드타워 건립 당시 123층으로 높이 올려야 한다는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신동빈 회장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층수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가 아버지의 진노를 샀고 그 다음부터는 건물 높이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룹 내에선 유명한 일화다.
타워 108~114층에 조성되는 프라이빗 오피스 가운데 가장 높은 114층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분양받을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롯데그룹 내에서 오갔다. 이밖에 108~113층 6채에 대해선 분양가가 3.3㎡당 최저 4000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을 호가할 것이라는 말이 업계에 오가는 중이다. 프라이빗 오피스와 오피스텔 분양은 물론이고 14~38층 프라임 오피스 임차인 모집도 롯데타워에 남겨진 또 다른 숙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물산과 건설 등 계열사들이 입주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임대료가 비싸서 불가능한 얘기"라며 "롯데그룹이 입주한다면 그룹 정책본부와 신격호 총괄회장·신동빈 회장 집무실 등으로 최소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해외 글로벌 기업의 국내 본사 등을 전략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것.
롯데월드타워의 랜드마크적 성격을 감안해도 입지 등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광화문 그랑서울의 월 임대료 3.3㎡당 25만원 선을 넘기가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부동산 컨설팅 업계 한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은 건축공학적 측면에서 건물을 지탱하는 하부 코어 부분이 워낙 커서 실제 주거나 사무용으로 쓸 수 있는 면적이 작아진다"며 "60층이 넘어가는 초고층 건물은 사업적으로는 야심작이지만 경제성 측면에선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근우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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