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화장품·의류·식품…OEM주 전성시대
입력 2015-08-04 17:18  | 수정 2015-08-04 20:42
화장품과 의류부터 식품 업종에 이르기까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주식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민연금은 화장품업체 코스맥스·한국콜마와 의류업체 한세실업·영원무역의 지분을 10% 이상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러브콜'을 보낸 이들 회사는 화장품과 옷을 생산한 뒤 국내외 유명 브랜드(주문자상표)를 붙여 수출하는 OEM 업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국민연금이 각각 지분 10.40%, 10.21%를 취득한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다른 화장품주가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을 때도 나 홀로 조정을 피해가는 등 주가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나왔던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4.9% 떨어지는 동안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오히려 21.3%, 4.0% 상승한 것이다.
또 다른 대장주 LG생활건강은 메르스 발병 이후 주가가 15% 넘게 추락했으나 지난달 24일 2분기 실적이 낮아진 기대치를 웃돌고 28일 화장품 OEM 업체 제니스를 인수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맞았다. 회사 측은 색조화장품 전문 OEM 업체 제니스 지분 70%를 인수해 제조원가를 낮추는 한편 새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서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OEM 업체들은 메르스와 관련된 부정적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면서 "2분기(4~6월)에 이어 7월에도 고객사 주문이 감소하는 기미가 전혀 없으며, 중국 등지에서는 대형 화장품업체의 주문이 본격화되는 추세"라며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의류업종에서 국민연금이 지분율을 각각 13.22%, 11.14%까지 끌어올린 한세실업과 영원무역 등 OEM 업체도 최근 주가 강세가 뚜렷하다. 두 기업 모두 한 달 새 주가가 19.9%, 15.2% 올랐다.

원화 약세가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의류업종에 호재로 작용하는 데다 특히 해외생산·해외판매 방식의 OEM 업체가 수혜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매출액을 달러로 인식하는 만큼 달러 강세의 이점을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평가다.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에서 생산한 의류를 북미시장에서 판매하는 구조라 신흥국 환율 약세도 긍정적이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약세라고 업황이 부진한 대형 수출주에 섣불리 손을 대기보다는 수출 비중이 높은 의류 OEM주를 매매하는 것이 안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1% 떨어질 때마다 한세실업 영업이익은 3.6%, 영원무역 OEM 부문 영업이익은 1.7%가량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한편 식품업계까지 OEM주 인기가 확산되면서 관련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채널과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PB(자사상표) 제품을 납품하는 OEM 업체들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로는 삼양식품과 푸드웰, 상장 예정인 기업으로는 PB음료 제조업체 흥국F&B 등이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오는 7일 코스닥에 상장될 흥국F&B는 공모주 일반청약에서 1002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해 증거금으로만 3조6000억원을 모으는 등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냉동만두 OEM 업체 푸르온 지분 49%를 가진 푸드웰과 지난 5월 냉동식품 OEM 업체 새아침 지분 48.95%를 인수한 삼양식품도 자회사 지분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OEM 업체가 대부분의 물량을 공급하지만 롯데제과·풀무원 등 대형 식품업체들까지 PB 제품 생산에 직접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가 역시 삼양식품은 본업 부진으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푸드웰은 단기 과열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변동성이 커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심은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식품 OEM 상장사들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제조 능력과 설비 규모를 갖추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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