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지주에 내는 브랜드 사용료에 ‘수익성’ 깎이는 은행
입력 2015-08-03 17:15 

금융지주 등에 내는 ‘브랜드 사용료가 저금리로 어려움에 처한 은행들을 더욱 힘빠지게 하고 있다. 많게는 연간 수천억원씩 하는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나면 순이익이 크게 줄어 수익성 지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중 지주사 등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NH농협·신한은행이다. 브랜드 사용료란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이름을 빌려 주고 돈을 받는 것을 말한다. 최근 발표된 상반기 실적에서 브랜드 사용료가 이들 은행들의 순익에 압박을 가했다.
농협은행은 브랜드 사용료를 농협중앙회에 ‘명칭사용료라는 항목으로 지불한다. 이 은행이 올 상반기 부담한 브랜드 사용료는 무려 1526억원에 달한다. 이 은행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00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브랜드 사용료가 나가지 않았다면 순이익은 훨씬더 늘어난다. 수익성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에서도 브랜드 사용료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분기 브랜드 사용료 납부 전 농협은행의 ROA가 0.25%이지만 이를 지불하고 나면 0.14%로 떨어진다.
농협은행뿐 아니라 나머지 지주 자회사들도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있는 데 이는 농협중앙회의 회원과 조합원에 대한 지원 및 지도사업의 재원으로 쓰이는 ‘분담금의 성격도 있다. 농협은행은 매년 4000억원이 넘는 브랜드사용료를 부담하다가 작년 2926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브랜드의 가치와 자회사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브랜드 사용료를 더욱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브랜드 가치평가기관인 브랜드파이낸스에 따르면 2015년 세계 금융브랜드 탑 500가운데 농협 브랜드의 가치는 178위로 신한(36위), KB(57위), 우리(88위) 등보다 아래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지주에 브랜드 사용료로 2013년 1140억원을, 작년 700억원을 지불했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은행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는 외부 브랜드평가 전문기관과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브랜드 가치를 결정한 것이어서 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의 경우 브랜드 소유권이 지주가 아닌 은행에 있다. 따라서 지주사가 은행에게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낸 경우는 없다. 지난 2013년 세무조사 때 당국도 이를 문제 삼았으나, 지주사는 그 후에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KB금융그룹처럼 하나은행이 브랜드 소유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곳 역시 현재 지주사가 브랜드 사용료를 은행에 지불하지 않고 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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