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부업체 넘어간 은행빚 年6조…고객에 통보 강화
입력 2015-07-30 17:51  | 수정 2015-07-30 22:05
# 은행권에서 받은 대출을 채무조정 중이던 A씨는 최근 거래조차 없던 대부업체에서 "돈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A씨가 카드론을 받았던 B은행이 A씨 모르게 채권을 대부업체에 넘긴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빚더미에 앉아 신용회복 중이던 A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사이 연체이자가 불어나 갚아야 할 돈은 늘어났는데, 해당 대부업체 채권은 채무조정도 불가능했다. A씨는 "대부업체에 넘길 거라고 B은행이 진작에 얘기해줬으면 미리 대출을 갚든지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으로 은행권에서 받은 대출이 부실채권 관리회사(AMC)나 대부업체로 넘어가기 전에 차주가 미리 그 사실을 통보받고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은 은행권이 채권을 양도한 후에야 뒤늦게 해당 고객에게 통보해왔다. 본인 채권이 다른 회사로 넘어간 줄 몰랐던 차주는 뒤늦게 모르는 회사에서 채권 추심을 받는 불편이 발생했다.
은행연합회는 개인 차주 담보채권을 매각할 때 입찰 14영업일 이전에 차주에게 상환해야 할 총금액을 우편으로 사전 통지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은행은 전산 개발을 거쳐 이르면 9월부터 사전 통지를 시작할 방침이다. 저축은행도 올해 안에 은행과 같은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은 대출이 3개월 이상 연체되면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상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AMC나 저축은행, 대부업체 같은 다른 금융사에 팔아버린다. 대출채권을 산 금융사가 해당 차주를 대상으로 직접 추심하거나 다시 해당 채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구조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상위 8개 은행이 AMC나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 넘긴 대출 채권 규모는 지난해 5조3371억원에 달했다. 국내 상위 8개 저축은행이 대부업체 등에 넘긴 대출 채권 규모는 지난해 1조806억원이었다. 연간 6조4000억원(17만1700건) 넘는 은행·저축은행 대출채권이 차주에게 제대로 통보되지 않은 채 다른 금융사로 양도되고 있었던 것이다.

오순명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장은 "금융소비자의 알권리를 보호하고, 부당한 채권 추심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은행권과 협의를 거쳐 통지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차주가 사전에 은행 측에서 본인 채권이 매각될 것이란 사실을 통보받게 되면 조금이라도 돈을 미리 갚아서 추심에 대비하거나 향후 대출 상환 계획을 짜기가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은행과 거래하던 고객이 엉뚱하게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추심 연락을 받고 불안해하는 일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주가 받게 되는 채권양도통지서에는 채무원금뿐만 아니라 연체이자(금리)를 포함한 총상환액이 기재된다. 그동안 사후 통지되던 양식에는 채무원금만 적혀 있어 차주가 실제로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뒤늦게 채무원금에다 최대 연 20%에 달하는 연체이자를 더한 금액을 청구당하고서 억울해하는 소비자 민원도 많았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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