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폭행 재범률 낮추는데 전자발찌 효과 있었다
입력 2015-07-28 16:06 

#. A씨는 2013년 봄, 음주 상태에서 동네 주민에 성폭행을 가해 법원에서 전자발찌 부착 3년 명령을 받았다. 심리적 효과는 컸다. 단순히 발목뿐 아니 온 몸을 조이는 것 같아 죽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보호관찰관에게 했다. ‘이 작은 장치를 끊어버릴까는 생각도 여러 번했지만 그 때마다 담당 보호관찰관이 진심으로 넋두리를 들어줬고, 결국 재범 없이 전자발찌를 벗을 수 있었다.
전자발찌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 범죄자에게 부착해 24시간 대상자 위치를 파악하고 보호관찰관의 감독을 받아 재범을 억제하는 데 이용되는 장치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폭력 범죄자나 살인범 10명 가운데 9명은 불법 행동을 회피하게 된다”며 행동 감시에 따른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지난해 2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410명을 대상으로 전자발찌 부착 이후의 행동 패턴 변화와 재범 억제 동기에 대해 설문한 결과, 대상자의 60% 이상은 전자발찌 착용으로 외출(63.2%)과 음주(63.7%)를 자제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과거 범죄에 대해 반성한다”, 불법 행동을 회피하게 됐다”는 대답도 각각 89.0%와 81.4%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행동이 감시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는 응답에 79.4%가 공감했다.
‘스스로 재범을 억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는 질문에는 재범 시 체포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는 대답이 72.0%의 응답률을 보였다. 재범을 저지르는 부착 대상자 위치 및 범죄 행위를 보호관찰소가 신속·정확하게 파악할 것”이라는 대답의 응답률은 90%를 상회해 전자발찌 부착에 따른 심리적 억제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실제로 도입 8년째를 맞는 전자발찌 부착 제도는 재범률을 낮추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전자발찌 부착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2009년을 기점으로 성폭력 등에서 재범률은 시행 전 보다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자발찌 부착 시행 전인 2004년부터 2008년 사이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률은 14.1%인데 비해 제도 시행 후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7%에 그쳐 무려 88%의 재범률 감소 결과가 나왔다.
연도별로 살펴 봐도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률은 2011년 2.19%, 2012년 2.4%, 2013년 1.72%, 2014년 2.03%, 올해 상반기 1.02%로 2%대를 유지하거나 그 보다 밑에 머물렀다. 2008년 9월 성폭력범을 대상으로 시작해 2009년 미성년자 유괴범, 2010년 살인범 및 성폭력범 소급 적용, 지난해 6월 강도범 등으로 제도를 확대 시행하면서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가 2008년 151명에서 지난해 2129명으로 14배 급증한 걸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김광수 법무부 대변인은 전자발찌를 착용했더라도 재범을 저지를 수 있지만 위치가 노출돼 붙잡힌다는 부담감이 크다”며 전자발찌를 끊고 범행을 저지른다 해도 전자발찌를 자르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처벌 범죄이기 때문에 여기서 한 번 더 범죄예방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성과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이날 전자발찌 대상자의 위치와 전자장치의 전반적인 상태를 24시간 점검하고 비상 상황을 관리하는 서울 휘경동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방문했다. 김 장관은 전자발찌 부착 제도 도입 7년여만에 대상자 규모가 14배 이상 급증하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폭력 범죄자의 동종 재범률을 제도 시행 전 대비 8분의 1 수준으로 억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며 전자발찌 부착 제도가 강력범죄를 예방하는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향후 △전자감독 전담인력 확충 △전국 보호관찰소의 ‘특정범죄자관리과 신설 △지능형 전자발찌 개발 등 다양한 범죄 예방책을 추가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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