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혈우병, 유전자 가위로 치료 단서 잡았다
입력 2015-07-24 10:20 

국내 연구진이 역분화줄기세포(iPS)와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유전성 질환인 혈우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화학부 교수)과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 공동 연구진은 혈우병에 걸린 사람의 세포로부터 iPS를 만든 뒤 혈우병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로 교정, 정상적인 세포로 분화시켜 혈우병에 걸린 쥐에 이식해 증상이 개선됨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줄기세포 분야 국제 학술지인 ‘셀 스템셀 최신호에 게재됐다.
혈우병은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을 응고시키는 유전자가 뒤집어져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혈액을 굳게하는 물질이 부족해 피가 멎지 않는 출혈성 질환이다. 전 세계 약 40만명이 혈우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지금까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환자에게 혈액 응고 단백질을 수시로 투여하는 방법으로 치료해 왔다.
연구진은 혈우병 환자의 소변에서 세포를 채취해 iPS를 만들었다. 그 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뒤집어진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후 이 iPS를 분화시켜 혈액응고물질을 만드는 세포로 분화시킨 뒤 이를 혈우병에 걸린 쥐에 이식했다. 김진수 단장은 생쥐에서 혈액 응고인자가 생성되면서 출혈 증상이 현저히 개선됨을 확인했다”며 향후 유전자가 교정된 본인의 줄기세포를 세포치료제로 이식한다면, 평생 혈액 응고 단백질을 투여해야 하는 금전적, 육체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줄기세포와 유전자가위를 융합한 비슷한 연구가 있었지만 이처럼 거꾸로 된 유전자를 정상으로 돌려 넣는 방식을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줄기세포를 사람 몸에 넣었을 때 암을 유발하는 등의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줄기세포를 피부세포로 만드는 효율이 낮은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진수 단장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뿐 아니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하는 연구도 현재 진행되고 있다”며 교정된 세포의 분화 연구와 동물에서의 연구를 심도 있게 거친 후 환자를 위한 세포치료제를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하여 유전체 교정을 가능하게 하는 RNA 기반 인공 효소. DNA를 자르는 ‘Cas9라는 단백질과 절단되는 DNA 염기서열과 결합하는 작은 RNA로 구성된다.
▷ 역분화줄기세포(iPS) : 분화된 체세포에 줄기세포에 존재하는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 등을 넣어주면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원시세포인 줄기세포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줄기세포를 역분화 줄기세포라고 부른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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