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계대출 대책 이튿날 시장 둘러보니
입력 2015-07-23 17:10  | 수정 2015-07-23 19:37
지난 22일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된 후 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매물 정보가 붙어 있는 잠실 일대 중개업소 전경. [이승환 기자]
"소득 증빙할 방법이 없는 자영업자나 주부들은 집 사지 말란 말이잖아요. 최근에 계약한 30대 주부들로부터 아침부터 대출 관련 전화 문의가 꽤 오고 있습니다."(신도시 전문 분양 컨설턴트)
정부가 내년 1월부터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60%를 넘어서는 '고위험' 대출에 대해 강제 분할상환을 유도키로 하면서 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장기적으론 이 같은 대책이 부동산시장을 연착륙시키고 가계 재무구조를 건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론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최근 불붙은 새 아파트 청약 열기가 주로 30대 젊은 층과 대구·부산·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뜩이나 공급 과잉 우려 부담이 커진 시장에 또 다른 부담이 된다는게 시장 분위기다.
23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정부가 수도권 DTI와 LTV 비중을 각각 60%와 70%로 상향 조정한 이후 LTV 60% 초과~70% 이하 구간에서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67.3%나 급증했다. LTV 50% 초과~60% 이하 구간은 오히려 14.5% 감소했다. 또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가운데 연소득 3000만~8000만원인 차주의 대출 이 절반(50.3%)이나 됐다.
분양권 전매 차익 투자, 전세난에 떠밀려 집 사기 등 30대 실수요층이 주도하는 최근 부동산시장이 정부 가계부채 대책으로 생각보다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돌아본 부동산중개업소 분위기는 주 고객층이 투자자냐, 아니면 실수요자냐에 따라 다소 엇갈렸다. 강남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가격이 너무 올랐는데 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것 같다"며 "예전처럼 침체되거나 하진 않겠지만 부동산은 역시 심리여서 거래가 다소 주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시차를 두고 영향이 미칠 것이란 진단이 우세하다. 위례신도시 전문 공인중개업소 위례박사의 김찬경 대표는 "지금 전세난으로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사는 실수요가 많은 상태에서 앞으로 상당히 몸을 사리게 될 것이고 매도자들도 거기에 맞춰 호가를 내리게 될 것"이라며 "이제부터 서서히 제동이 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DTI 규제를 적용받지 않다가 내년부터 새롭게 규제를 받게 되는 지방 시장 역시 변수다. 부산 지역 한 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권 전매가 성행하며 손바뀜도 많았던 부산과 대구의 경우 다소 열기가 누그러지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하지만 사실 대출 상환 규제보다는 분양권 전매 제한이 없다는 게 최근 시장 과열의 더 큰 이유였기 때문에 앞으로의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분양시장 일선에선 주택담보대출 규제 중심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날선 비판도 고개를 들었다. 김포 한강 일대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만난 한 컨설턴트는 "집 없는 젊은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죄기보다는 오히려 인센티브를 줘서 내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게 중산층 육성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전세금의 80%까지 대출해주는 전세보증대출이 전국 곳곳에 '깡통 전세'를 만들어 놓으면서 전세 버블이 심각해졌는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현행 분양 방식은 청약 당첨 후 계약금 10%를 선납하고 중도금은 무이자 대출로 막다가 입주 시점에 한꺼번에 분양대금을 치르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향후 1~2년 뒤 입주가 몰리는 시기에 소득 증빙이 안돼 대출을 받지 못한 계약자들이 분양을 포기할 경우 건설사들이 또 다른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근우 기자 / 임영신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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