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우리의 최대 라이벌은 ‘무한도전’이다”
입력 2015-07-23 14:42  | 수정 2015-07-26 14:03
사진=천정환 기자
[MBN스타 금빛나 기자] 나이키의 경쟁자는 유수의 아웃도어 업체가 아닌 닌텐도입니다.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더 이상 축구화를 신고 뛰어놀지 않는 다는 것이죠.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의 경쟁자는 다른 연극이나 뮤지컬이 아닌 ‘무한도전과 ‘런닝맨과 같은 TV 속 예능프로그램입니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김태형 연출가)

시카고 렉싱턴 호텔의 비좁은 방 661호라는 공통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장르의 옴니버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는 공연장부터 독특함을 풍긴다. 100석 규모의 소극장을 통째로 비좁은 호텔방으로 꾸며놓은 것이다.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는 무대도, 관객들이 앉는 객석도 최소화 시킨 ‘카포네 트릴로지의 공연장은 결코 편하지 않다. 심지어 무릎 관절이 좋지 못하거나, 혹은 폐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시간 공연 관람이 어려울 정도로 불편하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대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진행된 ‘카포네 트릴로지 프레스콜에서 김태형 연출은 이 같은 불편한 공간을 만든 이유에 대해 해외에서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를 처음 봤을 때는 지금의 공간보다 더 답답하고 밀폐된 공간이다. 정식으로 공연을 올리면서, 관객들과 함께 즐기고 싶어 지금의 무대를 완성시켰다”며 답답하고 밀폐된 공간이지만 배우와 함께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이키의 진정한 경쟁자는 유수의 아웃도어 업체가 아니라 닌텐도라는 말이 있다. 운동화를 신고 운동장을 뛰어다녔던 아이들이 닌텐도를 만나는 순간 집 안에서만 게임을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동종의 공연이 아닌 TV 속 ‘무한도전이나 ‘런닝맨과 같은 예능프로그램”이라며 예능프로그램은 집 소파에 누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반면, 공연은 직접 밖으로 나와서 공연장으로 들어오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공연장은 불편하지만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는 만큼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봤고, 이는 연극의 경쟁력이자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따.

‘카포네 트릴로지는 렉싱턴 호텔 661호를 배경으로, 1923년 렉싱턴 호텔 바의 쇼걸 롤라퀸의 이야기를 다룬 ‘로키(코미디) 1934년 형체없는 위험으로부터 아내와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조직의 2인자 닉 니티의 이야기를 다룬 ‘루시퍼(서스펜스), 1943년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을 앗아간 상사에게 복수를 꿈꾸는 ‘빈디치(하드보일드)를 하나로 묶어낸 옴니버스 연극이다.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2014에서 매진을 기록하며 전세계 언론과 관객의 찬사를 받았던 화제작으로 ‘벙커 트릴로지의 연출가 제스로 컴튼과 작가 제이미 윌크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김 연출가는 ‘카포네 트릴로지가 무대에 오르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원작의 반 이상은 버리고 새로 썼다. 한국 관객들이 좀 더 흥미롭게 느낄 수 있도록 재미있을 만한 요소를 살리도록 노력했다”며 원작은 세트나 의상이나 음악 등이 더 간결하고 심플하다. 이번에는 정기적으로 관객을 맞이하는 것이다 보니 대본을 세련되게 다듬고 돈을 들여 공간을 꾸몄다”고 전했다.


각색을 맡은 지이선 작가는 원작과 크게 달라진 점에 대해 3편의 극을 관통하며 등장하는 ‘빨간 풍선을 꼽앗다. 지 작가는 빨간 풍선이나 호텔의 공간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일상이 난무하는 공간인 호텔과 외부의 평범한 일상의 상징을 상징하는 빨간 풍선이 서로 충돌하면 많은 의미를 가지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며 밀폐 된 공간에서 터질 것 같은 요소를 풍선이 가지고 있다. 팁을 주자면 세 가지 에피소드 속 주인공들은 빨간 풍선 처리 방법이 다르다. ‘로키는 주인공이 당당하게 빨간 풍선을 들고 나가고, ‘빈디치는 풍선 하나만 밖으로 나가며 ‘루시퍼에서 빨간 풍선은 터진다. 세 가지 에피소드를 관하는 것을 담고 싶어서 빨간 풍선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불편한 공간 속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카포네 트릴로지는 배우들에게도 쉬운 작품은 아니었다. ‘카포네 트릴로지에 출연하는 이석준은 대본을 봤을 때는 문제가 있는 지 전혀 몰랐다. 이런 형식일 지도 몰랐다. 재미있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연극이라고 꼬셔놓고는 무술 감독님 오시고 안무 선생님 오시더라. 뮤지컬보다 더 힘든 작품”이라며 연습 과정 속에서 작품의 실체를 알게 됐고 저희도 처음에 당황했다. 숨을 때도 기댈 곳도 없다는 것이 쉽지 않짐나 관객들이 가까이서 같이 호흡한다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이뤄낸다. 주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연은 힘든 강도가 일반 공연의 30배이다. 캐릭터가 한 공연 당 하나라고 보기도 어렵다. 배우로서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공연 자체가 대본이 탄탄하고 각색을 워낙 잘 해주셔서, 고민하는 것 그 이상으로 보이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팀워크가 좋다. 고민도 서로 많이 들어주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연출은 작품에 대해 같은 공간,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카포네 트릴로지지만 이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있다”며 ‘카포네 트릴로지는 호텔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여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을 통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꼼짝도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카포네 트릴로지는 오는 9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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