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내로라하는 한 대형 주방가구 유통업체는 수년 전부터 이탈리아산 고급 싱크대를 수입해 팔면서 최근에는 중국산 중급 싱크대도 취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본이 원하는 수준의 품질이 중국산 제품에서는 잘 나오지 않자 결국 거래 의사를 철회하고 말았다. 그러던 중 한국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로부터 ‘코비코라는 주방가구 전문 제조업체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됐다. 코비코 견본 제품에 대해 각종 품질 테스트를 한 이 일본 기업은 ‘이탈리아 제품과 비교할 때 가격은 30~40% 낮은데도, 품질은 동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천광역시 남동공단에 있는 코비코의 일본 수출은 이렇게 시작됐다.
연재화 코비코 대표는 싱크대의 표면을 눈으로 보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도 실제 품질 차이는 천차만별”이라며 표면에 색을 입히는 도장 공정을 예로 들면 색이 균일하게 평평하게 깔리는 것을 의미하는 도포량에 의한 ‘레벨링이 뛰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비코 싱크대는 하이그로시 펄 특유의 반짝거림으로 보는 각도와 빛의 방향에 따라 시각적으로 다양한 질감을 느끼게 한다는 평가를 업계에서 받고 있다. 국내 최대 가구업체인 한샘도 한 때 수년 동안 코비코에서 26가지 디자인의 싱크대 도어를 사갔을 정도다. 한샘도 코비코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원자재의 품질, 제품 규격, 디자인, 도포 품질를 매우 꼼꼼하게 검사했다. 코비코 싱크대 값은 한샘 대비 30% 가량 저렴하다.
연 대표는 자체 브랜드와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늘 일정 물량만 생산하는 방식을 20년 이상 지키다보니 대기업에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 거래 관계를 가질 수는 없었다”면서 오래 전부터 우리의 품질을 믿고 사가는 고객들에게 공급해주는 물량 대는 것만도 벅차다”고 말했다. 회사 외형을 확장하기 보다는 높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동시에 만족시키겠다는 경영철학을 사수하고 있는 것이다.
코비코 제품의 품질이 뛰어난 배경에는 주방가구 전문업체 중 최대 규모의 생산 설비인 8개의 도장라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설비 덕에 도장 색상의 미묘한 섞임 현상이 없는 데다 도료를 충분히 사용해 제조할 수 있다. 3회(하도·중도·상도) 실시하는 도장 공정의 UV도료 도포량이 보통 1회 당 80g 정도 쓰이는데, 코비코는 120g을 사용한다. 심지어 싱크대의 바디(몸통)와 도어의 디자인과 표면 보호를 위해 붙이는 시트지의 두께도 대개 0.1㎜이 사용되는데, 코비코는 값이 두 배나 비싼 0.2㎜ 제품을 쓴다. 두께 차이는 미세할지 몰라도, 육안으로 보는 품질의 차이가 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고 연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좋은 원·부자재를 사용하고, 최적의 생산설비를 갖춰야 고객이 원하는 컬러의 제품을 모두, 그리고 정교하게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 = 민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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