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농구감독끼리 이야기 다 됐다”…문경은 감독도 승부조작?
입력 2015-07-21 14:15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자 프로농구 전창진 KGC인삼공사 감독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특히 조사과정에서는 승부 조작이 의심되는 경기 하루 전날 전 감독이 상대팀 감독이던 문경은 SK나이츠 감독과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범들 사이에서 감독끼리 이야기가 다 되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는 진술까지 나와 문 감독의 연루 가능성을 둘러싼 의혹도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사전에 소속팀 경기 결과 정보를 공범에게 제공하고 불법 스포츠토토에 대리 베팅한 뒤 속임수로 경기 내용을 조작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22일 전 감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감독의 지시를 받아 불법 스포츠토토 수억원을 베팅하는데 가담한 윤 모씨(39)와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 전 모씨(49) 등 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또다른 공범인 전 감독의 지인 강 모씨(38)와 김 모씨(38) 등 2명은 이미 지난 5월 29일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 감독은 올해 2월 20일과 27일, 3월 1일 세 차례에 걸쳐 당시 감독으로 있던 KT소닉붐의 경기의 승부를 조작하고 불법 도박에 베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전 감독은 2월 20일 SK와의 경기를 두고 KT가 6.5점 이상 차이로 패한다”는 정보를 평소 알고 지내던 강씨와 전씨에게 알려줬다. 경찰은 전 감독이 2월 6일에서 3월 2일까지 대포폰을 이용해 이들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포폰 통화내역에 따르면 경기일을 전후로 전 감독과 강씨, 전씨 등은 수시로 통화를 나눴다. 범행 기간 동안 전 감독의 개인 휴대폰과 대포폰의 발신 시각·기지국 위치는 거의 일치했다고 경찰을 밝혔다. 강씨와 전씨는 다른 지인을 통해 차명계좌를 입수하는 역할도 맡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전 감독은 사채업자에게 총 3억원을 빌려 각각 강씨와 전씨가 구해온 차명계좌에 1억원, 2억원 씩 나눠 입금했다. 강씨와 전씨는 수수료를 받고 불법 스포츠토토 베팅을 대신 해주는 전문업자들에게 돈을 맡겨 전 감독에게 들은 정보를 토대로 베팅하게 했다. 실제 2월 20일 KT와 SK의 경기는 60대 75로 KT가 크게 패해 3억원을 베팅한 전 감독은 1.9배인 5억7000만원을 받았다.
전 감독은 이 돈을 출금하지 않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적립해둔 뒤 2월 27일 KT와 오리온스와의 경기에도 같은 수법으로 모두 대리 베팅했다. 전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도 ‘6.5점 이상 차이로 패배에 걸었다. 그러나 75대 80으로 KT가 5점 차로 패배하면서 돈을 전부 날렸다. 수억원을 한 순간에 잃은 전 감독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3월 1일 경기에서도 강씨를 통해 ‘상대팀 승리에 베팅하려고 했지만 베팅금을 모으지 못해 미수에 그쳤다.
전 감독은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은 시즌 평균 출전 시간보다 적게 출전시키고, 백업·후보 선수들을 많이 출전시키는 식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게임이었던 2월 20일 경기에서 주전 선수 조모씨는 평균 출전 시간보다 15분 15초를 덜 뛰었고, 용병 C모씨도 14분 19초 적게 뛰었다. 반면 용병 E모씨의 경우 평소보다 12분 41초를 더 뛰었다. 또 슛을 성공시킨 선수를 1분 만에 자꾸 교체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하기도 했다.
수사에 협조한 전문가 그룹은 6강 플레이오프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라면 주전 선수를 출전시키는 게 당연한데 후보를 출전시키고 특별한 전략 없이 외곽슛 위주로 단조롭게 경기해 이상했다”며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초반에 투입해 경기 흐름을 잡았어야 하는데 1쿼터 7분 30초가 돼서야 C씨를 투입한 것도 맞지 않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감독은 경기가 밀리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2월 27일 경기에선 1쿼터 14점차로 앞서다가 2쿼터 들어 한 점도 내지 못하며 역전까지 허용한 상황이었지만 종료 40초를 남기고서야 작전타임을 했다.
승부조작 경기 전날인 2월 19일 전 감독이 상대팀 문 감독과 통화한 사실도 확인돼 추가 연루자가 나올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시 공범들은 전 감독과 문 감독이 통화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경찰은 강조했다. 경찰은 공범 가운데 한 명이 감독끼리 이야기가 다 되었다”고 말했다는 참고인 진술까지 확보한 상태다.
문 감독은 지난달 23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문 감독에게 추가 소환 요청을 했지만 전지훈련을 이유로 불출석했다”며 서로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두 감독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추가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선 문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것도 검토할 계획이다. 또 전 감독의 신병 처리가 마무리 되는 대로 불구속 입건한 공범들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며 구속영장 신청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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