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 성범죄에 '초강경 대응'…여직원 전수 조사

엄격한 위계질서를 악용한 경찰 내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경찰청이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전국 모든 경찰관서에서 여직원들을 상대로 성범죄 피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전수조사를 벌입니다.

경찰청은 조직 내부의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을 적발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피해 상담을 한다고 19일 밝혔습니다. 상담 대상자는 전국 경찰관서에 근무하는 여성 경찰관, 행정관, 주무관 등입니다.

경찰서와 지방경찰청 내 여성 성희롱고충상담원이 상담을 맡습니다.

경력 2년 미만인 여직원은 반드시 대면 상담을 해야 합니다. 새내기 여성이 많은 피해를 봤음에도 엄격한 위계질서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피해를 숨길 개연성이 크다는 판단에서입니다. 2년 이상자는 대면, 전화, 이메일 등 피상담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경찰은 상담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감찰을 거쳐 가해자를 징계나 고발하게 됩니다.

심각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준 사례가 적발되면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도 내립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달 "성과 관련한 범죄는 파면, 해임 등 배제를 원칙으로 한다"는 '불관용 원칙'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범죄가 가벼우면 당사자에 대해 전보 등 인사조치를 합니다. 피해 여직원을 보호하려는 차원입니다.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는 이달 말까지 상담을 모두 마치고 그 결과를 경찰청에 보고해야 합니다.

내년부터는 피해 상담 방식을 바꿉니다. 경력 5년 미만인 여직원만 반기별 전수조사를 하고, 5년 이상자는 희망자만 상담합니다.

전국 성희롱 예방교육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매년 한 차례 남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예방정책 관련 설문조사도 벌입니다.

경찰 내부 통합포털시스템의 이메일로 성희롱 인식, 예방 운영실태, 예방정책 제언 등을 묻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다음 달에는 통합포털에 '익명 성희롱 상담 직통메일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통합포털 메인화면의 성희롱 고충상담을 통해 신고·상담 메일이 접수되면 경찰청 성희롱고충상담원이 직접 확인해서 조치합니다.

경찰청은 대면 상담자가 많은 경찰서나 지방경찰청에는 상담원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정기적인 피해상담과 설문조사로 성희롱고충상담원의 업무가 과중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원의 업무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매년 성희롱 예방 우수 경찰서를 선정해 7월 첫째 주 양성평등주간에 포상합니다.

경정·경감, 경위·경사 승진 기본교육에는 성희롱예방 특별교육을 포함합니다. 40∼50대 중간관리자의 양성평등 의식을 높이려는 조치입니다.

여직원 전수 조사 방침은 최근 경찰 내부의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데 따른 '극약 처방'으로 풀이됩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지구대에서 올해 2월 배치된 여성 순경을 상관인 경위가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것을 비롯해 경찰 내부에서 성추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