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투기자본과 힘겨운 전쟁 치른 삼성…
입력 2015-07-17 15:44  | 수정 2015-07-17 23:20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마치고 주총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임시주총에서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이 상정돼 참석자 중 69.53%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충우 기자]
◆ 삼성물산 합병 통과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통과됐다. 이로써 지난달 4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한 뒤 합병 반대에 나서면서 촉발된 엘리엇과의 전쟁은 삼성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삼성물산은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승인했다. 이날 주총 참석률은 예상을 뛰어넘는 84.73%를 기록해 세간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주총 1호 안건인 합병에 대해 참석자 중 69.53%가 찬성해 합병안이 통과됐다. 이는 합병 통과를 위해 필요한 출석 주주 3분의 2의 찬성(66.67%)을 넘긴 수치다. 지난달 4일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7.12% 보유했다고 공시하고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 등 총공세를 폈지만 무위에 그쳤다. 최근 글로벌 투기자본이 국내 대기업의 약화된 지배권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주주들은 삼성에 힘을 모아준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 후 존속회사는 제일모직이지만 합병 법인의 새 이름은 삼성그룹 모태기업(1938년 창업한 삼성상회)으로서 갖는 상징성을 고려해 삼성물산을 그대로 사용키로 했다. 아울러 지금의 삼성물산 주주들은 합병으로 통합법인의 새 주식 0.35주를 받게 된다.
이날 합병 승인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날 합병 승인으로 이 부회장의 통합 삼성물산의 보유 지분율은 23.2%에서 16.5%로 줄어들지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삼성 오너일가의 지분을 합치면 30.4%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4.1%)와 삼성SDS(17.1%)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실질적인 지배력은 더욱 높아진다.
엘리엇 측이 종전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비율이 불리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표결에서 찬성표가 더 많았던 것은 삼성물산 주주들이 단기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을 택했다고 보여진다.
합병 후 새로운 삼성물산은 사실상 삼성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다. 오너일가 지분에 더해 기존 삼성 계열사 보유 제일모직 및 삼성물산 지분을 합칠 경우 합병 삼성물산 최대주주 지분율은 40.27%에 달한다. 따라서 삼성의 지배구조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백기사' KCC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 8.97%를 더할 경우 과반에 가까운 지분이 확보된다.

이번 합병안 통과로 향후 글로벌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에 대한 공습이 줄어들지도 관심이다. 전직 외국계 투자은행(IB) 대표는 "이번 엘리엇의 공격이 성공할 경우 다른 해외 헤지펀드들도 국내 기업에서 커다란 수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며 "이번 합병 통과로 쉽사리 국내 기업 공격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새 삼성물산은 2020년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걸었다. 건설을 비롯해 패션, 식음료, 레저, 바이오사업을 하는 회사로 거듭나며 각 사업부문 간 시너지를 높여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합병안 통과에도 향후 삼성물산을 둘러싼 삼성 측과 엘리엇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은 합병안 통과 이후에도 합병 무효 소송은 물론 합병에 찬성한 삼성 계열사 이사진에 대한 배임 등을 주장하며 소송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마지막 고비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규합해 삼성물산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하며 주가를 끌어내리는 등 실력 행사를 통해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물산 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갈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으며 청구권 행사가는 주당 5만7234원이다. 이날 삼성물산 주식은 외국인의 매물 폭탄으로 전일 대비 10.39%(7200원)나 폭락한 6만2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김대영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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