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우조선 부실` 대주주 산업銀 관리책임 도마에
입력 2015-07-16 17:34  | 수정 2015-07-16 20:21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 3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사실상 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산업은행과 정부(금융위원회)의 관리 부실 책임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구조조정 당국인 금융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 발생에 대해 인지를 했다면 은폐 의혹이 제기돼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령 인지하지 못했다면 무능이나 방관에 대한 질타가 나올 수 있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 옛 경영진은 연임을 위해 대규모 손실을 덮었거나,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연임을 노렸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든 국면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대우조선해양의 정확한 부실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정밀 실사에 착수했다. 산업은행은 15일 저녁 "별도의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성립 신임 대우조선해양 사장 취임 직후 자체 실사를 거쳐 3조원가량의 부실을 파악한 대우조선해양은 이 사실을 산업은행 기업금융4실에 보고했고 산업은행은 지난 1일 대우조선해양의 소관 부서를 기업금융4실에서 기업구조조정본부로 이관했다. 채무 만기 연장과 유동성 지원 등을 채권단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준워크아웃' 형태인 자율협약을 전제로 한 조치다. 하지만 자율협약은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가 모두 산업은행(지분율 31.5%)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수출입은행과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을 비롯한 다른 채권은행들이 채권비율에 따라 추가 자금 지원을 분담하는 '희생'이 요구되지만 재무구조 정상화에 따른 수혜는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받게 된다.
산업은행은 1조원 안팎 유상증자를 통한 출자로 책임을 상당 부분 분담하면서 자율협약에 준하는 채권단 공동 지원을 다른 채권단에 설득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채권금액 기준 최대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최근 성동조선 자금 지원에 따른 부담으로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을 꺼리고 있는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의 제2 주주(12.2%)이자 구조조정 당국인 금융위원회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위 지분은 당초 캠코 지분 약 19% 중 시장에 매각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이 넘어간 것이다.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의 권위를 전제로 하는 자율협약에서 당국과 산은이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지난달 말 기준 금융권 차입은 대출과 보증을 포함해 19조5057억원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처리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나홀로 수주목표를 달성하고, 흑자를 기록하면서 '산은의 힘'을 보여줬던 대우조선해양이 무시무시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으로 경영하던 상황을 감안할 때 관리책임을 진다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떠안게 됐고 대우조선해양 경영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경영관리위원회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은행에 경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영관리위원회 역할은 매년 초 대우조선해양의 신년 경영계획, 전년 실적 등을 평가하는 데 불과하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이 지배회사 경영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산업은행이 구성한 경영관리위원회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교수들이 조선사와 관련된 중대한 의사결정을 책임진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전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황을 총괄하는 CFO 자리는 항상 산업은행에서 내려간 인사가 맡아왔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재무악화 상황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재무 부실을 놓고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현 경영진은 고재호 전 사장 등 전 경영진에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연임을 앞두고 무리한 수주와 재무적 '마사지'를 했다는 논리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또 다른 빅3 경쟁사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대우조선해양 역시 그럴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고 사장 체제의 대우조선해양에서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산업은행이 믿을 만한 정성립 사장이 임명된 것은 이런 산업은행의 의중이 반영돼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전범주 기자 /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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