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장고 끝에 뼈를 깎는 쇄신안을 내놨다. 투자실패와 경영부실에 책임이 있는 임원 25명이 한꺼번에 퇴진한다. 포스코그룹 전체 임원수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또 임원들은 최소 10% 이상씩 자발적으로 임금을 반납하기로 했다. 금품수수나 횡령·성폭력·정보조작 같은 중범죄에 대해선 한번에 퇴사시킬 수 있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15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비상경영쇄신안을 직접 발표했다. 권 회장은 국민과 투자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며 현재의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다시는 유사한 사례가 발행하지 않기 위해서 근본적이고 강력한 쇄신안을 마련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포스코의 5대 경영쇄신안은 △사업포트폴리오의 내실있는 재편성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명확화 △인적 경쟁력 제고와 공정인사 구현 △거래관행의 투명하고 시장지향적 개선 △윤리경영을 회사운영의 최우선순위로 정착 등이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예상보다 큰 폭의 임원 경질 조치다. 이날 포스코는 포스코엠텍, 포스코P&S, SNNC, 포항스틸러스, 포스코AST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포함해 25명 임원을 퇴진시켰다. 여기엔 이미 사퇴한 전병일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과 유광재 포스코플랜텍 사장도 포함된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책임 질 사람들이 먼저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징계에 포함되지 않은 임원들도 연말까지 수익성 개선 등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연초 정기인사에서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철강사업에서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400억원 늘어났음에도, 계열사를 포함한 실적으로는 영업이익이 되레 1500억원 감소하는 ‘연결재무제표의 늪에 빠졌다. 돈이 흘러넘치는 상황에서 ‘묻지마 투자가 횡행했고, 쓸데 없는 계열사들이 비효율과 부실을 조장한 것이다.
이에 포스코는 전체 사업구조를 철강을 중심으로 소재, 에너지, 인프라, 트레이딩 등 4대 사업으로 재편한다. 주요사업에 부합하지 않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내 부실계열사는 단계별로 구조조정해서 2017년까지 절반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 적자를 기록한 해외사업도 획기적으로 정리해 2017년까지 30%를 축소할 방침이다.
또 신규 투자에 있어서는 투자 제안과 검토, 승인 담당자들을 명시하는 ‘투자실명제를 강화해 전 과정의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투명하게 보여준다.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포스코는 외부 전문가를 적극 수혈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포스코에서 근무하다가 계열사 CEO로 옮기고 다시 본사로 들어오는 회전문 인사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갑 중의 갑으로 불리는 포스코 구매부서에 대한 제약조건도 달았다. 현재 80% 수준인 경쟁계약 비중을 100%까지 높여나가겠다는 것. 인사와 납품 등에 대한 청탁을 받을 경우 이를 ‘클린 포스코 시스템에 남겨 청탁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거래, 납품, 외주, 인사 등에 청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소위 100% 공개, 100% 경쟁, 100% 기록 등 ‘3대 100%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날 쇄신안이 나오기까지 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포스코비상경영쇄신위원회는 매주 두차례씩 스무번 이상의 회의를 가졌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 곽수근 서울대 교수 등 자문위원을 포함한 다양한 외부의견도 낮은 자세로 경청했다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내부에선 검찰수사를 마치고 쇄신안을 발표하자는 의견도 팽팽했다. 하지만 발표시점을 계속 미룰 경우 쇄신위 구성이 자칫 눈 앞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포스코 수뇌부 뜻이 반영됐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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