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뉴호라이즌스호! 얼음투성이 ‘그곳’도 잘 다녀오렴
입력 2015-07-15 15:38  | 수정 2015-07-16 16:38

영하 270도 차가운 우주 공간. 태양계 최대 항성인 태양마저도 작은 점으로 보일 뿐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을 9년여 동안 묵묵히 날아 마침내 첫번째 임무를 마쳤다. 태양계 9번째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지위를 박탈당한 비운의 별, 명왕성 탐사다. 스치듯 지나간 명왕성은 생각보다 컸다. ‘호라이즌(Horizons·지평선) 너머 새로운 호라이즌을 탐험하기 위한 태어난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는 명왕성을 뒤로 하고 이제 새로운 임무를 시작한다. 태양계 생성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카이퍼 벨트(Kuiper Belt)를 향한 항해다.
◆ 태양계 ‘타임캡슐 카이퍼 벨트
카이퍼 벨트란 명왕성 너머에서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크게 공전하고 있는 천체들 집합체를 말한다. 지구에서 5억5000억㎞ 떨어진 곳이다. 약 2억㎞ 대 거대한 더넛 형태 띠를 이루고 있다. 카이퍼 벨트는 1951년 미국 천문학자 제럴드 카이퍼가 명왕성 너머 혜성 집합장소가 존재할 것이라는 이론적 예측을 내놓으면서 알려졌다. 지구와의 거리가 워낙 멀어 1992년이 되어서야 지름 수백 ㎞ 크기 작은 천체들이 관측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카이퍼 벨트 천체는 수천여개. 학계에서는 카이퍼 벨트에 수십만 개 천체가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명왕성 역시 카이퍼 벨트 내에 있는 수많은 천체 중 하나라는 결론이 나면서 행성 지위를 잃고 말았다.
카이퍼 벨트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태양계 형성 초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계는 50억년 전 형성됐다. 중심에 태양이 있고 수성, 금성, 지구 등 8개 행성이 반시계 방향으로 태양 주변을 공전한다. 행성 공전 궤도는 ‘황도라고 불리는 동일 평면 상에 놓여있다. 이같은 근거를 통해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에 존재하던 수소와 헬륨과 같은 기체들이 뭉치면서 중심점(태양)이 생겨났고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에 있던 물체들이 회전하면서 태양계가 만들어졌다고 추측하고 있다.
태양 주변을 공전하고 있는 여러 행성들은 부딪치고 합쳐지는 과정에서 물리적·화학적 변화를 거쳤다. 안인선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는 태양과 멀리 떨어져 있는 카이퍼 벨트 천체들은 태양 중력에 이끌려 회전할 뿐 물리적 충돌이 없었기 때문에 50억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타임캡슐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카이퍼벨트에서 날아오는 혜성을 연구하면 태양계 기원에 대해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태양과 가까워지면서 입자들이 증발해버리는 한계가 있다. 카이퍼 벨트에 가서 탐사를 하면 바로 태양계 생성 비밀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카이퍼 벨트에는 명왕성보다 큰 ‘에리스와 같은 천체도 존재한다. 과학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이들 천체가 지구와 같은 ‘고체형 행성처럼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태양과 가까이 있는 행성들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등 고체형 행성들이다. 무거운 암석들이 태양 중력에 끌려와 뭉쳐 생긴 것들이다. 더 먼 곳에 있는 행성은 수소와 헬륨 등 기체가 뭉쳐 만들어진 기체형 행성들이다. 그런데 해왕성 너머에 명왕성 그리고 에리스와 같은 고체형 왜소행성이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뉴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을 지나 카이퍼벨트에 있는 고체형 천체들을 관찰하면서 많은 데이터를 보내오게 된다”며 인류가 여지껏 알지 못했던 현상들을 관찰하면서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실제 명왕성은 80㎞ 더 커
지난 14일 오후 8시 49분(한국시간) 뉴호라이즌스호는 발사 9년 6개월만에 태양계 가장 끝에 있는 명왕성 상공 1만 2000여㎞를 지나쳤다. 뉴호라이즌스는 인류 역사상 명왕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최초의 비행체가 됐다. 명왕성 이름의 유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지옥의 신 ‘플루토(그리스에서는 하데스)에서 따왔다. 우리나라는 ‘어두운 세계의 왕이라는 뜻으로 ‘명왕(冥王)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인류는 수성, 금성, 해왕성 등 모든 행성에 탐사선 등을 보내 관찰했지만 명왕성을 가까이서 관찰한 적은 없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명왕성을 관찰하기 위해 2006년 1월 뉴호라이즌스호를 발사했다. 그랜드 피아노 크기에 무게 478㎏ 뉴호라이즌스호는 가로 세로 60m 크기 지상에 있는 물체를 분석할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 우주먼지, 명왕성 지표면, 태양풍이 명왕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도 탑재돼 있다. NASA는 뉴호라이즌스호를 빠르게 명왕성으로 보내기 위해 기존 우주탐사선보다 40% 이상 빠른 속도로 발사시켰다. 우주 탐사선이 지구를 출발할 때 보통 초속 11㎞로 발사하는 반면 뉴호라이즌스호는 초속 15㎞ 속도로 발사됐다. 또 목성을 경유하면서 목성의 중력을 이용하는 ‘플라이바이를 통해 초속 4㎞ 정도 속도를 높였다. 뉴호라이즌스호는 이미 명왕성 촬영을 통해 명왕성의 지름이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80㎞나 큰 2370㎞에 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NASA가 뉴호라이즌스호의 사진을 받아 분석하게 되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명왕성에 대한 여러 비밀이 풀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뉴호라이즌스호에는 명왕성을 처음 발견한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를 기리기 위해 그의 유해 28g이 실려 있다. 또 뉴호라이즌스호 프로젝트 팀원들 사진이 실린 CD-ROM 1장, 우주선 발사장소인 플로리다주의 25센트 동전, 뉴호라이즌스호를 제작한 주인 매릴랜드주 25센트 동전, 미국 국기, 명왕성 그림이 인쇄된 1991년 미국 우표 등도 있다. 오는 2026년까지 태양계를 항해하는 뉴호라이즌스호는 핵연료인 ‘플루토늄 10.9㎏을 탑재하고 있다. 플루토늄이 분해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동력을 얻는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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