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밀어붙이기식 실력행사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이 타결된 것과 관련해 영국 런던경제대학 유럽연구소의 필립 레그레인 연구원은 고장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그리스보다 독일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됐음이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주제 마누엘 바호주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보좌관을 지낸 레그레인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독일이 유럽의 ‘최고 채권자로서 재앙을 초래하는 패권국가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이 민주주의나 국가주권과 같은 가치를 짓밟았으며 그리스를 ‘속국으로 만들었다면서 다음은 어느 국가 차례인가”라고 반문했다.
레그레인은 지난해 ‘유럽의 봄(European spring)이라는 책의 저술을 마무리할 무렵 유로존을 ‘미화된 채무자의 감옥으로 묘사하기 앞서 주저했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그대로 썼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 그리스 은행시스템을 완전 마비시키겠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불법적 위협에 힘입어 그리스에 대해 무자비하고 보복적이며 근시안적으로 실력을 행사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독일과 프랑크푸르트에 본부를 둔 ECB가 그리스에 취한 행동을 유로존 내 다른 국가에도 되풀이할 것이라면서 2010년 아일랜드 금융위기 당시 아일랜드 정부를 위협해 640억 유로(약 80조3000억원) 규모의 은행 부채를 납세자가 부담토록 했으며 앞으로 자신들을 지지하는 슬로바키아 등을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그리스인들이 현재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가 가능하다면 어떠한 합의도 좋다고 믿지만 경기침체 후유증과 독일이 부여한 기술관료적 룰(rule)이 현실화되면 정치적 반발이 커질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레그레인은 유로존이 독일의 힘을 철창에 가두고 ECB를 제자리에 둘 통합 기구 창설을 정치가 가로막는 악몽의 감옥에 갇혀있다면서 ‘유럽의 꿈(European dream)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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