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연금 미리 받는’ 종신보험, 연금 적고 사업비 많이 떼
입력 2015-07-14 16:47  | 수정 2015-07-14 17:23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을 미리 지급하는 종신보험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리 받는 종신보험은 사망 후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의 고정관념을 깬 상품으로 생전에 연금(생활비 포함) 형태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종신보험이지만 동시에 연금보험의 형태를 취한 것인데, 획기적이라는 장점만 부각되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들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 교보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이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을 미리 받는 형태의 종신보험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달 들어선 KDB생명이 사망보험금을 생활비·의료비로 미리 사용할 수 있는 종신보험에 보험금 복원 기능을 더한 종신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이날에는 동부생명이 종신보험은 사망했을 때 남겨진 유가족들을 위한 보험이지만 정작 본인의 노후 생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곁들여 생전에 사망보험금 일부를 생활비 등으로 당겨쓰는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흥국생명도 이런 종신보험 출시를 준비 중이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등의 형태로 미리 받는 종신보험을 출시하게 된 것은 금융위원회가 사적연금 활성화의 일환으로 발 벗고 나서면서다. 공적연금으로는 은퇴 후 생활을 영위하기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해 보험사들에게 상품 개발을 주문한 것이다. 획기적이라는 평가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정작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입하는 소비자들은 적다는 게 보험설계사들의 후문이다. 보험사들이 상품의 장점에만 주목하고 단점에는 ‘쉬쉬하며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의 취지는 좋다. 당초 종신보험은 가장 유고 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가족생활 보장 상품으로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한 IMF 때 집중 조명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베이비 부머 세대의 준비되지 않은 은퇴와 노후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종신보험의 역발상이 시작됐다. 사망해야 받는 사망보험금을 살아있을 때 받도록 바꿔보자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시장에 통했다. 출시와 함께 상품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고 판매도 순조로웠다.
하지만 이 상품의 단점은 은폐됐다. 이 상품이 노후 대비를 위해 과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상품인가에 대해서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우선 기존 연금보험 대비 연금 수령액에서 차이가 적잖게 발생해 노후 대비라는 측면에서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동부생명이 출시한 ‘(무)연금받을수있어 행복한 종신보험을 예로 들면, 35세 남자가 1종(체증형) 1억원을 가입하고 20년간 26만6800원의 보험료를 매월 불입하면 65세부터 5년간 연금을 선지급 받을 경우 매년 1000만~1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향후 사망 시 연금으로 지급한 부분을 제외한 잔여 사망보험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사람이 만약 종신보험이 아닌 연금보험(확정연금형 5년, 흥국생명 기준)에 같은 조건으로 가입했다면 이 사람은 매년 2400만원 가량을 수령할 수 있다. 은퇴 후 연금 생활자가 된다면 연금보험의 연금액이 연금 미리 받는 종신보험 대비 2배 정도 높은 셈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여유가 된다면 보장은 보장대로, 연금은 연금대로 준비하는 것이 맞다”고 귀띔했다. 다만 형편이 녹록지 않다면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을 선지급 받는 종신보험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경우 실질적인 연금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비도 문제다. 종신보험은 사업비가 연금보험 대비 3배가량 높다. 보험사들이 종신보험을 연금보험 형태로 내놓은 이유 중 하나다. 즉 연금보험은 팔아도 크게 이익이 남지 않는데다가 가입자의 생존기간이 길어질 경우 연금 지급 기간이 길어어 역마진이 난다. 그러나 종신보험은 질병 등에 보장을 하는 만큼 매월 사업비를 많이 뗀다. 판매 시 연금보험보다 종신보험이 더 판매 이익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판매 단계에서 언급되지 않는다.
보험계약 유지율이 낮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금융위가 나서 개발을 독려한 연금 미리 받는 종신보험이 사적 연금 활성화에 일조할지도 의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10년 이상 보험 계약을 유지하는 비율은 10명중 2명꼴로 시간이 지날수록 해약하는 비율이 더 많다. 이런 점을 전제할 때 최소 10년 이상 유지해야 연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의 설계 구조상 사실상 노후 보장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금융위가 앞장서서 사적연금 활성화를 목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금융위가 보험사들의 입김에 휘둘려 보험사들이 연금 아닌 종신보험을 변칙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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