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상품 개발때 1년 걸리던 유권해석 빨라진다
입력 2015-07-13 17:27  | 수정 2015-07-13 20:28
◆ 규제개혁 현장에선… ◆
금융위원회가 그동안 금융당국의 대표적인 보신주의 사례로 비판을 받았던 '유권해석 기피' 현상을 스스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금융회사들은 유권해석을 꺼리는 금융당국의 면피성 감독행태를 금융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했다.
종전까지 금융회사가 유권해석을 요청하면 금융당국은 "알아서 하라"고 대답하기 일쑤였다. 또 금융사가 "그러면 정식 문서로 해석을 요청해도 되겠느냐"고 물으면 금융당국은 "보내지 말라"고 거부하는 일이 많았다. 괜히 유권해석을 해줬다가 나중에 책임지기 싫다는 이유가 많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든 금감원이든 규정이나 법령 해석을 요청하면 절대 서면으로 답해주지 않고 구두로만 한다"며 "그것도 법령을 읽어주는 수준으로, 원칙은 이러니까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면으로 받으려고 하면 못해도 6개월~1년은 걸린다"며 "당장 급하니까 어쩔 수 없이 법률회사에 자문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 사이에선 금융위나 금감원 유권해석을 받아오는 것 자체를 담당자 능력으로 평가할 정도였다.

금융위가 이러한 면피성 보신주의 행태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섰다. 금융위는 13일 어떤 사안에 대해 사후 제재 조치를 취할지 미리 알려주는 '비조치의견서(No Action Letter)' 제도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법령뿐 아니라 공문, 현장 지도, 구두 지시 같은 그림자 규제를 사실상 없애겠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새로 추진하는 사업이 기존 규정에 어긋나는지, 이럴 때는 주민등록번호를 받아도 되는지, 보험상품에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면 특별이익에 해당되는지 등 금융현장에서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문의사항에 대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유권해석을 내려주기로 했다. 공식적인 문서가 필요하면 문서형태로 내보내 나중에 해당사항 때문에 처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로 했다.
배지숙 금융위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과장은 "금융회사가 사실상 모든 규제에 대해 금융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며 "비조치의견서가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과거 금융회사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이것저것 지시해 규제했던 열거주의(포지티브)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비조치의견서가 활성화되면 사실상 금융규제 방식이 포괄주의(네거티브)로 바뀌고 규제 개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조치의견서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특정 행위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미리 알려주는 제도다. 그동안 금융현장에서는 당국의 현장 지도, 구두 지시 같은 비명시적인 규제가 너무 많아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내거나 상품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에 금융당국이 금융규제와 관련해 의문스러운 사항이 있으면 뭐든지 비조치의견서를 요청하라고 소통의 문호를 열었다. 지난 4월 금융규제민원포털이 개설된 이후 석 달간 총 44건의 비조치의견서가 접수되는 등 금융기관들의 요청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앞장서서 비조치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업계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석우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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