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영화 ‘아바타’의 그곳…호주 쿠란다 국립공원을 가다
입력 2015-07-13 10:13 
쿠란다 국립공원의 열대우림 숲 [사진제공=김주원 작가]

‘케언즈라는 말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영화 ‘아바타의 여운이 여전한데, 그 배경이 된 호주 케언즈라니.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케언즈로 향하는 내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고 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 하지만 실제 그랬다. 그 설렘은 쿠란다 국립공원(Kuranda National Park)에 갈 때까지 이어졌다.
쿠란다 국립공원은 극중 판도라 행성의 주 모티브가 된 곳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영화 제작 전까지 자신이 원하는 곳을 찾지 못해 고민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다 쿠란다 국립공원이 담긴 엽서 한 장을 보고 바로 로케이션 확정을 했다는 캐머런 감독. 나는 캐머런의 무릎을 치게 만든 진짜 이유가 궁금했다.
퀸즈랜드 북부 도시 케언스를 즐기는 방법은 셀 수 없다. 대표적인 코스 중 하나는 수백만 년 전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쿠란다 열대우림을 거치는 것이다. 쿠란다 열대우림을 가는 방법 역시 많지만 크게 하늘길과 땅길 두 가지다. 보통 갈 때는 땅길(쿠란라 열차)을, 올 때는 하늘길(스카이레일 케이블카)을 이용한다.
쿠란다 열차는 그 자체만으로 즐길 거리다. 이 열차는 원래 고원지대의 금과 주석을 캐려고 몰려든 광부들의 식량과 생필품 조달을 위해 만들어졌다. 속도는 30~40km로 빠르지 않다. 되레 답답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숲과 계곡 사이에 놓인 철로 위를 달려 광부들이 직접 뚫었다는 15개의 터널과 37개의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보면 재미도 재미지만 나도 몰래 심장이 쫄깃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케언스에서 쿠란다로 가는 길은 심심하지 않다. 창밖 풍경은 고도에 따라 별천지다. 평지를 달릴 땐 곧게 뻗은 사탕수수가 정겹고, 열대림에 들어서면 웅장한 산세에 놀란다. 그러다 산 중턱쯤 배런폭포(Barron Falls)에 다다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화룡정점의 순간이다.
쿠란다 마을은 케언스에서 북서쪽으로 34㎞ 떨어진 자그마한 전원마을이다. 쿠란다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도로 양쪽으로 늘어선 아기자기한 기념품 상점들은 원주민 조합에서 운영한다. 마을 끝자리에는 캡타그룹이 운영하는 나비성역(Butterfly Sanctuary)이 있다. ‘율리시즈 나비와 ‘케언스 버드윙 나비 등 귀한 종인 호주 열대 나비 수십 종의 2000여 마리가 이곳의 주인이다.
‘레인포레스트 스테이션도 꼭 들여야 할 명소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쓰인 수륙양용차인 아미덕(Army Duck)을 타고 열대우림 속을 누비는 호강을 누릴 수 있다. 다만 독이 있는 식물이 많은 만큼 팔을 뻗어 식물을 만지는 건 금물이다. 호주에만 산다는 멸종 희귀종 캐서워리(Southern Cassowary)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타조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더 작다.
이곳에선 코알라와 캥거루과 동물인 왈라비(wallaby)를 직접 안거나 만지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자라는 동안 성별이 바뀌어 ‘트렌스젠더 물고기라 불리는 바라문디(Barramundi), 부인 7명을 잡아먹어 ‘잭 더 리퍼란 이름이 붙은 포악한 크로커다일도 볼거리다.
쿠란다 열대우림을 나오기 위해서는 ‘스카이레일이 제격이다. 길이가 7.5㎞, 발아래 커다란 녹색 카펫을 깐 듯 펼쳐진 열대우림은 무려 1억2000만 년 전부터 이곳에 자리했다. 한때 호주 전역을 덮었던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호주 전체 면적의 0.26%를 차지하고 있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50m는 족히 돼 보이는 나무들 사이로 금방이라도 나비(Na‘vi)족 여전사 네이티리가 나타날 것만 같다. 캐머런 감독이 아바타의 배경으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겠구나란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 취재협조 : 호주 퀸즐랜드주관광청·싱가포르항공
▷▷ 케언즈 100배 즐기는 Tip
1. 가는 법 〓 직항은 없다. 상가포르항공이 월·목·토요일 주 3회 싱가포르~케언스 노선을 운항한다. 싱가포르항공은 환승 대기시간 동안 싱가포르의 주요 관광지를 볼 수 있는 무료 시티투어를 제공한다. 아니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콴타스항공 등을 타고 시드니 공항이나 브리즈번 공항에 내려 호주 국내선으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2. 먹거리 〓 케언스는 식도락의 성지다. 배런강에서 잡은 민물어 바라문디는 단맛에 두툼한 살점, 그리고 쫄깃한 질감까지 맛이 좋다. 게다가 지방함량이 적고 심장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이 풍부해 건강에도 그만이다. 호주산 캥거루 육포도 도전해볼만한 음식. 소고기 육포보다 연하고 부드럽다.
3. 짐 꾸리기 〓 케언즈는 5~10월이 건기지만 올해는 유난히 스콜이나 소나기가 많은 편이다.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인 만큼 비가 오면 제법 쌀쌀하다. 우비나 바람막이 재킷 등 긴 소매 옷을 꼭 챙겨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적도와 가까운 탓에 평균 기온이 17~31°c로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다닐 정도다.
[케언스(호주) =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