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리뷰] 대학로를 안방극장으로 이끈 나문희·김용림의 힘, 연극 ‘잘자요 엄마’
입력 2015-07-12 10:38 
[MBN스타 김진선 기자] 연극 ‘잘자요 엄마는 자살을 하려는 딸 제씨와 이를 막으려는 엄마 델마의 마지막 밤 이야기를 담는다. 평온해 보이는 집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모녀간의 대화는 일상적인 듯 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딸 제씨는 자살을 하겠다고 선언 아닌 선언을 하고, 델마는 딸의 선택을 회유하기 위해 애쓴다. 델마는 제씨가 좋아하는 코코아에서 애플파이도 만들어 줄 뿐 아니라, 그의 진심에도 귀를 기울이지만, 마음은 이미 굳어버린 상태일 뿐이다.

제씨는 자신이 떠난 후 혼자 생활을 할 델마에게 사탕의 위치부터 냉장고 상태, 신문과 우유 배달 등의 세세한 것까지 일러주지만, 델마의 귀에는 도통 들어오지 않는다. 델마는 오직 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에게 다가간다.

이 과정에서 델마는 제씨의 상처를 건드리기도 하지만, 여느 모녀사이에서 그렇듯, 티격태격 아웅다웅할 뿐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상심으로 돌아온다. 또, 델마와 제씨는 서로의 이야기를 더 나누게 되고,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면서 소통을 한다.

‘잘자요 엄마는 라이선스 작품이기에 제씨와 델마라는 이름 뿐 아니라 군데군데 맞지 않는 정서가 묻어난다. 그들이 언급하는 동네의 분위기나,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진 제씨, 델마의 친구 등에 대한 회상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잘자요 엄마는 더없이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그들이 나누는 얘기나, 결말은 쉽게 공감할 수는 없지만, 어디에선가 벌어질 법한 이야기인 듯 마음이 간다. 이는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모녀간의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배우들의 열연 덕에 가능했다.

소파에 앉아 딸을 지그시 바라보는 모습이나, 그래서 어쩌라고” 그래, 모든 것이 다 내 탓이다”라고 푸념을 하는 나문희의 표정은 낯설 수도 있는 극장을 방에서 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 버린다.

툴툴대는 것 같으면서도, 딸의 이곳저곳을 살피면서 애플파이 만들어줄까?”라는 다정한 말부터 사탕 따위는 안 먹어도 상관없어”라고 소리치는 김용림의 대사는 관객들의 마음을 녹여버릴 만큼 공감을 자아낸다.

딸 제씨 역의 이지하나 염혜란 역시 절제된 연기로,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나문희가 부드럽고 애처로운 엄마로 전형적인 어머니 상을 나타냈다면, 김용림은 말은 툭툭 내뱉지만 딸을 누구보다 생각하는 신세대 어머니 상 같다. 같은 어머니 역이지만 어떤 어머니 역할로 작품을 보던 공감은 놓칠 수 없을 것이다. 김용림과 나문희의 힘은 대학로까지 편안하면서 몰입할 수 있는 작품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했기 때문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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