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 신용등급에도 저성장 `먹구름`
입력 2015-07-10 04:02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 가운데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 부진이 등급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기업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저성장 여파에 신용등급 하락 움직임이 건설·조선·철강 등 불황업종에서 내수업종으로까지 전방위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9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신용평가사 3사의 상반기 기업 신용등급 평가를 종합한 결과 신세계 메가마트 신원 바른손 등 6개 기업이 내수 침체 영향을 받아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 백화점업체인 신세계는 2005년 신용등급이 AA+로 올라선 이후 10년 만인 지난 5월 AA로 한 계단 하락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평가보고서에서 "내수 소비 근간이 되는 경제 성장 자체의 저성장 구도뿐만 아니라 유통업의 구조적 변화로 향후 실적개선폭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심그룹 소매유통 계열사인 메가마트는 상반기 정기 평가에서 신용등급이 기존 A에서 A-로 하향 조정됐다. 저성장 구조 안에서 투자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전반적인 재무 여력이 축소됐다는 게 이유였다. 중견 의류업체 신원과 내의업체 쌍방울은 내수경기 둔화와 경쟁 심화를 이유로 신용등급이 각각 한 계단씩 하향 조정됐다. 2010년 패밀리레스토랑 업체를 인수해 기존 문구사업에서 외식사업 중심으로 재편한 바른손도 내수 위축에 따른 외식산업 부진이 신용등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주식시장에서도 경기 방어주로 통하는 내수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은 국내 경기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날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1%에서 2.8%로 내리면서 장기 불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정광호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연구소장은 "이번에 등급이 하락한 내수기업들은 내수 침체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 문제가 영향을 준 측면도 있다"면서도 "저성장 추세가 계속되면 내수업종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근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태영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도 "일반화 여부에는 아직 의문이 들지만 내수기업들이 좋은 상황은 아닌 것은 사실"이라면서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돈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내수업종 기업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전반적인 신용등급 변화 방향은 당분간 하향 추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 등급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업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이 '긍정적'인 기업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이달 1일 기준 한국신용평가가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는 기업이 20곳인 반면 '긍정적' 전망 기업은 7곳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총 77곳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 수가 100곳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반대로 신용등급이 상승한 기업 수는 13곳으로 지난해 전체 39곳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에도 장기적으로 실적과 재무지표가 부진한 건설 조선 철강 정유화학 업종 기업들이 신용등급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상반기 중 신용등급이 하락한 AA-등급 이상 기업은 총 21곳으로 지난 한 해 동안 하락한 11곳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한화토탈과 세아창원특수강 등은 각각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포스코그룹에서 세아그룹으로 이동함에 따라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은 포스코가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추가 지원을 거부해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전면 재평가받으면서 신용등급이 일제히 강등됐다.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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