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장에 꾹꾹 눌러담은 번민과 고독의 시간들
입력 2015-07-09 16:49 

박성원(46)의 여섯번째 소설집 ‘고백(현대문학)이 출간됐다. 소설가라는 고독한 길 위에서 더듬어 써내려간 자기 고백이랄 수 있는 단편 9편이 실렸다. 등단 21년차에 현대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했지만, 여전히 번민과 반성으로 고투하는 소설가의 면면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표제작 ‘고백의 주인공은 갓 등단한 소설가. 한달의 절반은 일하고, 나머지 절반은 여자와 자기위해 여행을 다니는 생활을 하던 ‘나는 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쓰게 된다. 친구는 나에게 소설 쓰기를 권했어. 친구는 ‘소설은 고백이라고 말했지. 너는 신부님도 울릴 수 있잖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거짓 고해성사로 신부님을 속여넘기던 그는 어쨌거나 소설가가 된다. 문단이라는 건 생각보단 복잡했다. 그에겐 마치 하나의 암호처럼 보였다. 데뷔한 직후 술자리에서 평론가의 어려운 질문에 쩔쩔매고 있을때 소설가 박성원이 등장해 그를 곤경에서 구해준다. 공교롭게도 서점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박성원의 소설을 읽던 여자 J에게 박성원과 친하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은 직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이도 같고 거북이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은 금새 친해졌다. 현실과 논리, 비평이나 예술론을 좋아하는 이성적인 박성원과, 유머와 허무 예술론이 아닌 예술을 좋아하는 나. 둘의 입을 통해 문단의 뒷모습이 묘사되기도 한다. 문예지 출신은 그래요. 다른 문예지로 등단하면 자기 사람이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 지면을 잘 주지 않죠.”
이어지는 단편 ‘더러운 네 인생에도 소설가 박성원이 등장한다. ‘나는 더 망가져있고, 이제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한달에 한두번 요양원을 방문하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소설가 박성원과 동석한 여자 K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누이의 불행을 지어내는 거짓말을 해 K를 방에 들이지만 막상 만남을 이어가지 못한다. 쇠약해져가는 아버지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던 그는 집으로 돌아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이처럼 소설들에 등장하는 소설가는 위선적이고 볼품없고,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짓궂으면서도 솔직한 자기고백처럼 읽혔다. 김동식 문학평론가는 박성원은 소설의 길 중간에서 자신이 거쳐온 삶의 문턱을 응시하며 소설의 문턱을 더듬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읽어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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