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변곡점 맞은 제일모직 - 삼성물산 합병 남은 변수는
입력 2015-07-06 04:02 
세계 1, 2위 의결권자문회사가 일제히 반대 의견을 냄에 따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아직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얼마나 이들 자문회사 의견을 따를지가 관건이다. KCC와 국민연금은 아직 자사주 의결권 가처분 소송 결과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의견이 정해지지 않아 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오는 1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략 유효 의결권은 전체 발행 주식의 70% 수준으로 예상되며 이 중 3분의 2인 46.7%를 삼성 대주주가 확보한다면 경우의 수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합병안은 통과될 수 있다. 약 30%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상당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소액주주들은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더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아 물리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기 힘든 주주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대주주가 확보한 찬성표는 대략 17% 수준으로 예상된다.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이건희(1.41%) 삼성생명(0.16%) 등으로 구성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13.99%이고 KB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기관투자가가 가진 지분율이 3%가량 된다. 큰 이변이 없다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합병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11일 주주확정기준일에 삼성물산이 보유 중이던 자사주 5.76%를 취득한 KCC는 삼성 대주주의 '백기사'로 참여하긴 했지만 자사주 의결권 가처분 소송이 걸려 있어 유효 의결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법원도 주총소집 및 결의금지 가처분에 대해서는 지난 1일 비교적 신속하게 결론(기각)을 냈지만 자사주 의결권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학계와 업계의 의견 대립이 팽팽한 상황이어서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합병안을 놓고 삼성 대주주와 대척점에 선 엘리엇매니지먼트는 7.1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엘리엇과 친분이 있는 메이슨캐피털의 지분율은 2.2%, 합병비율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는 APG와 일성신약의 지분율은 각각 0.3%, 2.11%다. 합병에 반대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모았던 소액주주연대의 지분율은 0.6%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12.33%다.
이들을 제외한 투자자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힌 적이 없다. 글로벌 재무분석업체인 팩트셋에 따르면 0.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는 총 15곳가량이며 이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20%에 육박한다. 삼성 대주주와 엘리엇은 이들 해외 기관투자가를 집중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캐스팅보트는 10.1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달 26일 SK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비율이 부당하다며 SK·SK C&C 합병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 국민연금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ISS로부터 의결권 자문을 받고 있는데 ISS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아직 의견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은 7~8일까지 정해질 예정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안건에 대해 외국인 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시스템을 열어두는 시간은 주총(7월 17일) 5영업일 이전인 7월 9일까지다. 외국인 주주들이 지정한 외국계 증권사·은행 등 국내 대리인에게 의견을 제시하고 대리인들이 외국인 주주들의 의견을 모아서 예탁결제원에 전달하는 데 추가로 최소 2~3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오는 7~8일이 사실상 의사결정 마감시간이 된다.
한 글로벌 연기금 관계자는 "이번 합병에 대해 7일 밤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다"며 "적어도 7일 오전에는 최종 회의를 열고 안건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환진 기자 /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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