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英 헤르메스, 삼성정밀화학 지분 5% 확보
입력 2015-07-03 21:12  | 수정 2015-07-04 00:03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 주식 129만5364주(5.02%)를 매입했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물산 경영참여를 선언한 뒤여서 삼성그룹이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금융권과 재계는 헤지펀드의 잇단 국내 기업 지분 확보가 외국 투기자본의 국내기업 공격의 본격화가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헤르메스는 3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삼성정밀화학 주식 129만5364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르메스를 포함한 계열 5개 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정밀화학 2.9%를 보유하고 있다가 최근 추가로 2.1%의 지분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헤르메스는 삼성정밀화학의 최대주주인 삼성SDI(지분 14.65%), 삼성전자(8.39%), 삼성물산(5.59%) 등 삼성 계열회사와 한국투자신탁운용(9.99%), 국민연금(5.1%)에 이어 이 회사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헤르메스 측은 지분 투자와 관련해 '단순 투자 목적'에서 매수했다고 밝혔다. 삼성정밀화학 측도 이번 지분 매집에 대해 경영권 참여보다는 단순 투자 차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삼성그룹 계열회사들이 3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지배구조 이슈와도 큰 관련이 없다"며 "헤르메스의 지분 확대는 화학업종 업황이 최근 개선되고 있는 데 따른 단순 투자 목적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 화학계열회사(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를 한화에 매각하면서 삼성정밀화학은 팔지 않고 그룹에 남겨둔 바 있다.
금융권과 재계는 헤르메스가 2004년 삼성물산 지분 5%를 확보한 뒤 적대적 인수·합병(M&A)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치며 경영권에 개입했던 전례가 있는 헤지펀드라는 점에서 이번 지분 투자를 심각히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헤르메스가 2004년에도 단순 투자라고 목적을 밝혔지만 언론 플레이 등을 통해 경영권에 개입하는 발언을 일삼았다"며 "헤르메스가 이번에도 과도한 경영권 개입에 나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헤르메스는 2004년 3월 7일 삼성물산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뒤 불과 4일 만인 11일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무수익자산'인 삼성전자 지분 3.4% 매각, 삼성카드 증자 불참, 삼성물산 우선주 소각 등을 제안하며 경영권 간섭에 나섰다. 결국 헤르메스 요구에 굴복한 삼성물산은 4월 삼성카드 유상증자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물산이 헤르메스의 계속된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 여파로 같은 해 9월 삼성SDI는 삼성물산 지분 3%가량을 추가로 사들였다.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불필요한 자금을 지출한 것이다.
현재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으로 재직 중인 김신 당시 상무는 "삼성물산이 향후 1~2년 내에 적대적 M&A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만큼 헤르메스의 경영권 위협이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는 방증이다. 그러다 결국 헤르메스는 같은 해 12월 보유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약 3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고 한국땅을 떠났다. 경영권 간섭으로 기업이 투자에 써야 할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게 만들어 기업가치를 훼손한 채 자기 이익만 챙긴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헤르메스의 이번 지분 매입 과정에서 엘리엇을 자문하고 있는 법무법인 넥서스가 국내 법무대리를 맡은 점도 주목하고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물산 지분을 매집한 엘리엇 역시 "삼성물산 이사진을 교체하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외 자본의 한국 기업 사냥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헤르메스의 이번 삼성정밀화학 지분 매입 과정에서 덴마크 연기금 AP펜션, 글로벌 금융사 바클레이즈, HSBC 등이 운영하는 펀드가 가세함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사냥이 시작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채수환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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