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국증시도 이젠 선진국형 산업이 주도한다
입력 2015-07-02 14:45 

한국 증시에서 중소형주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올 상반기 40% 가까운 수익률을 올린 ‘마이다스 손 펀드매니저 3명을 만났다. 오호준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 이사, 김명식 대신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팀장, 이하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파트 차장이 그들이다. 오 이사는 프랭클린오퍼튜니티, 김 팀장은 대신성장중소형주, 이 차장은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 펀드를 각각 운용하고 있다. 또 시장 현황과 전망을 같이 듣기 위해 중소형주를 전담해서 분석하고 있는 김갑호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밸류팀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 전문가 4인방은 올 하반기에도 바이오·헬스케어 관련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소프트웨어·항공기 제조 등 선진국형 산업에 속한 업체들을 유심히 지켜볼 것을 권유했다. 특히 카카오택시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 중인 다음카카오, 인터넷 개인 방송의 활성화로 독보적인 위치를 굳히고 있는 아프리카TV,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모바일 게임업체 선데이토즈 등을 유망 종목으로 꼽기도 했다.
다음은 전문가들과 주고받은 일문일답 내용.

-올 하반기 주목해야 할 업종이나 종목이 있다면?
▶김명식 대신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팀장(이하 김명식)=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다음카카오와 선데이토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한세실업과 경방, 일신방직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기존의 확장 모드에서 ‘머니타이징(수익화)로 이동하면서 돈을 버는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는 다른 모바일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전략이다. 카카오택시 등을 통해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향후 실적 개선 모멘텀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모바일 게임업체인 선데이토즈는 다음카카오의 플랫폼 안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섬유·의복 밸류체인의 경우 TPP가 체결되면 베트남 생산기지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의류에 적용되던 17%의 관세가 폐지돼 실적 개선이 나타날 전망이다.

▶오호준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식탁운용 주식운용팀 이사(이하 오호준)=한국 경제가 선진국형으로 탈바꿈할 것을 기대하면서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융·복합 정보기술(IT), 선진 금융, 항공기 제조, 고부가 신소재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또한 숨겨진 밸류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들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하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파트 차장(이하 이하윤)=특정한 종목보다는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있는 기업들이 공통점을 정리해보면 바이오·헬스케어, 음식료 등 필수소비재, 컨텐츠·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향후에도 이같은 업종의 전망이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국 시장에서는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이슈가 있는 지주회사들도 저평가된 경우가 많아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본다.
▶김갑호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밸류팀장(이하 김갑호)=시장은 꽃피는 단계에 있지만 뚜렷한 경쟁사가 없는 인선이엔티와 아프리카TV가 유망할 것으로 본다. 인선이엔티는 자동차 폐차 재활용 분야에서 신사업을 시작해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아프리카TV는 인터넷 개인 방송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터넷·모바일 개인 방송 플랫폼이다.
-코스닥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김명식=코스닥 상승세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익의 성장이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시장은 변동성 확대라는 불편함을 안겨줄 것이다. 매출의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이익 성장이다. 매출 성장을 뛰어넘는 이익 성장을 보이는 기업들이 코스닥을 지속적인 상승세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하윤=코스닥 기업들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려면 이익 성장이 필요하다. 이익 성장이 단기간에 나타날 수 없는 산업이라면 최소한 매출 성장이라도 보여줄 수 있어야 투자자로부터 성장에 대한 프리미엄을 계속해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주가 상승폭이 컸던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갑호=현재는 모멘텀이 큰 바이오와 중국 소비재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IT와 소프트웨어, 기자재,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종목 확산이 동반되어야 지속적인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코스닥은 개인 비중이 높고 기관·외국인 비중이 낮다는 비판을 받는데.
▶김명식=IT와 자동차 이외의 다른 섹터들에서 성장이 나타나는 구간으로 한국 경제가 진입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타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익 구성이 바뀌어가는 모습들이 뚜렷해지만 기관과 외국인 비중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오호준=한국 대기업의 지배구조 변화와 사업구조 개편 등이 맞물려 한국경제와 증권 시장도 구조개편 중이다. 때문에 한국 이외의 다른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대안을 갖고 있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이 불확실성이 높고 매력도가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신성장 산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켜 선진국형 성장 산업의 시총 비중이 커지면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도도 높아질 것이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기관의 상품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기관에 위탁해 장기 운용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 기관 비중도 점차 커질 것이다.
▶이하윤=기관과 외국인이 운용하는 자금 성격이 만들어낸 결과다. 현재 국내 기관이 위탁운용하는 자금의 대부분은 벤치마크로 코스닥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기관 비중이 낮다. 외국인이 운용하는 자금도 액티브펀드보다는 코스닥이 벤치마크로 포함되지 않는 인덱스형 펀드가 많기 때문에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사들이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을 보여준다면 장기적으로 기관과 외국인 비중도 높아질 것이다.
▶김갑호=코스닥은 시총이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고 시총이 커지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펀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코스닥 기업 주식을 많이 담기가 어렵다.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대형 코스닥 종목들이 많이 생길수록 기관과 외국인들의 코스닥 투자도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내츄럴엔도텍 사태로 보듯이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김명식=내츄럴엔도텍 사태를 코스닥만의 문제로 보는 것은 제한적인 접근법이다. 이번 사태는 단일 아이템만 보유하고 있고 매출이 적은 기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 표출된 것이다. 단일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가 큰 기업이나 안정적이고 가시적인 이익을 발생시키지 못해 매출 변화에 따라 이익이 크게 변동하는 기업에 투자할 때에는 이런 요인들을 충분히 감안해 투자해야 한다.
▶오호준=규모가 작은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것은 당연하다. 투자하려는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경제성 평가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성장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 경제성을 분석할 수 없다면 그 기업의 적정 밸류에이션과 리스크를 산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진을 얼마나 믿을 만 한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기업가 정신이 없거나 경영이 투명하지 못하다면 사업의 경제성이 아무리 탁월해도 투자자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하윤=내츄럴엔도텍 사태는 단일 아이템으로 단기간에 성장한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계점을 보여준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전반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문제로 봐야한다.
▶김갑호=회사의 내부적인 리스크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이야기하지 않을 경우 주식시장에서 알 수 있는 확률이 희박하다. 내츄럴엔도텍은 기업 이익에 비해 시총 규모가 너무 큰 측면이 있었다. 현재 코스닥을 이끄는 종목들도 대부분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경우가 많아 분산 투자하거나 기업이익의 방향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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