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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영의 맛가요] 밴드 솔루션스의 마이애미 냉면 레시피
입력 2015-06-30 13:18  | 수정 2015-06-30 14:16
솔루션스(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미국 마이애미 해변에서 먹는 살얼음 둥둥 뜬 냉면 맛은 어떠할까. 밴드 솔루션스(박솔·나루·권오경·박한솔)의 새 미니앨범 '노 프라블럼(No Problem!)'을 들어 보면 그 상상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솔루션스는 지난 3월 미국 유명 프로듀서 지미 더글라스(Jimmy Douglass)'와 작업을 위해 마이애미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곳에서 이들은 2집 타이틀곡 '러브 유 디어(Love you Dear)' 마스터링까지 마쳤다.
그런데 솔루션스는 한국에 돌아와 같은 노래를 다시 편곡했다. 지미 더글라스의 손길이 아닌 자신들의 색깔을 덧입혔다. 이른바 '러브 유 디어' 한국어 버전이 앨범 타이틀곡, 마이애미 버전은 보너스 트랙이 됐다.
'러브 유 디어'는 솔루션스 전매특허인 록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믹스처가 듣는 이 감각계를 끊임 없이 자극한다. 솔루션스가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치밀하고 정교한 사운드를 접어두고 마이애미에서의 흥취를 그대로 담았다. 솔루션스는 두 곡의 차이에 대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예로 들었다.
"지미 더글라스와 작업한 '러브 유 디어'는 어쩔 수 없이 팝 음악에 가깝다. 담백한 느낌이다. 비교적 심심하게 들린다. 마치 평양냉면처럼. 여기에 우리 입맛에 맞는 몇가지 재료를 추가한 것이다. 냉면에 겨자나 식초를 넣어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진=유용석 기자)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은 면발이 다르다. 평양냉면 면발은 메밀로 만들어 거칠고, 씹으면 툭툭 끊긴다. 함흥냉면은 메밀에다 감자 고구마 전분을 섞는다. 면발이 가는 대신 질기고 쫄깃하다고 미식가들은 말한다.
"곡의 기본은 변함 없다. 다만 가사를 면발에 비유할 수 있겠다. 영어 가사와 한국어 가사가 해석해 보면 똑같지만 아무래도 우리말로 된 노래가 의미를 꼽씹기 좋을 수밖에 없다. 메밀에 감자전분을 섞듯 베이스 사운드도 더 욕심을 냈다."
솔루션스의 음악은 '퓨처팝'이라 불리기도 한다. 유행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미래지향적 사운드란 평가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장르이기도 하다. 노랫말도 영어가 많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듣기 힘든 외국 음악 같다'는 찬사와 '따라 한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솔루션스는 피식 웃었다. 그들 뿌리는 역시 한국이다. 냉면 맛을 좌우하는 또 다른 요소는 육수인데, 한우 고기와 뼈를 주로 사용해야 육향을 잃지 않으면서 감칠맛을 낸다. 솔루션스의 음악이 그렇다.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음악이 팝이다. 하고 싶고 추구하는 음악도 팝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 사람이다. 한국의 맛이 우러나올 수밖에 없다. 지미 더글라스도 우리의 음악을 듣고 '이런 멜로디는 처음 들어본다'고 한 부분이 있다. '굉장히 신선하다'고 하더라. 한국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의 팝은 소화 과정이 다르다. 동서양의 맛이 오묘하게 섞였다."
솔루션스는 "냉면 육수는 해장으로 마실 때가 제일 좋다"며 "냉면 육수를 들이킬 때 전날 숙취가 가시는 느낌은 아는 사람만 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별한 (음악) 레시피는 없다. "곡을 쓸 때 다 걷어낸다. 기타 코드 반주 하나에 멜로디만 들어도 좋아야 한다는 게 우리의 확실한 기조다. 다른 요소들은 그것을 살려주는 조미료에 불과하다."
솔루션스의 음악 재료는 싱싱하고 풍성하다. 이들의 음악을 한 번 맛 보면 단골손님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들이 설 무대는 우리나라 가요 시장에서 그리 많지 않다. 숨겨진 맛집이다. 솔루션스의 음악을 맛 보려면 오히려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음식이 그렇지 않나. 맛 있는지 없는지 먹어봐야 알 것 아닌가. 다만 아무리 맛 있는 음식이라도 사람마다 개인 취향이 있으니 그것까지 우리가 아쉬워할 순 없다. 우리만 힘들게 음악하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점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단하지 않다. 우리가 잘하는 음악을 하는 거다. 작은 골목에 숨어있는 맛집을 사람들이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다르지 않다."
냉면이 추운 지역 겨울철 대표 음식인 이유는 배고픈 시절, 메밀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랐기 때문이다. 재배 환경이 개선되면서 지금의 여름철 별미로 재탄생했다. 솔루션스 역시 소박한 바람은 있다.
"MBC '무한도전' 제작진이 가요제를 열 때 인디신을 빼놓지 않고 조명해주는 것 굉장히 고맙다. 우리나라 음악 시장 규모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알지만, 매스미디어의 관심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무도 가요제' 출전을 확정한 밴드) '혁오' 또한 인디밴드를 대표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변화를 위해 우리가 지닌 해법은 별거 없다. 그저 즐겨야 한다."
※ 지미 더글라스는 카니예 웨스트, 레드 제플린, 존 레전드와 롤링스톤스 등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패럴 윌리엄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함께 하기도 했다. 팝 시장에선 그를 아티스트에게 음악적 영감을 불어넣어 최상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프로듀서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미상도 네 차례 수상한 세계적인 프로듀서다.
솔루션스는 2012년 데뷔했다. 그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어워즈 ‘최고의 루키, 민트페이퍼 어워즈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다. 이후 이들은 미국 최대 음악 축제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뮤직페스티벌)' 등 국내외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폈다. 6월 새 미니앨범 발표 전 솔루션스의 시작부터 연주자로 함께한 권오경과 박한솔을 멤버로 영입하며 4인조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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