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그리스, 그렉시트 가능성 높아지나?…디폴트 우려↑
입력 2015-06-29 07:25 
그리스, 그렉시트, 디폴트/사진=MBN
그리스, 그렉시트 가능성 높아지나?…디폴트 우려↑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사이의 협상이 '파국'을 맞으면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유려되고 있습니다.

2차 구제금융 지원이 이달 말에 끝나지만 그리스 의회가 28일(현지시간) 새벽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들이 제의한 구제금융 5개월 연장안을 거부하고 국민투표 실시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그리스 국민들이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에 나서는 바람에 그리스 현금자동인출기(ATM) 중 30% 이상은 현금이 바닥나는 등 하루 동안 ATM에서 인출된 예금이 5억 유로(약 6277억원)를 넘어서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은행들의 자금 사정을 압박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오후 긴급 정책위원회 전화회의를 열고 뱅크런 사태에 대비해 그리스 은행에 긴급유동성지원(ELA) 금액 한도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그리스 정부의 은행 영업중단, 예금인출 등을 제한하는 자본통제 발동에 대한 선제적 대응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AFP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30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 유로(약 1조 8830억원)를 상환해야 하지만 현금이 부족해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7월 20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부채 35억 유로를 갚아야 합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강행하겠다고 밝혀 현재로서는 다시 협상이 이뤄질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협상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구제금융 시한이 이미 끝나 채권단이 마음을 돌리지 않는 한 그리스 정부가 국민들의 뜻대로 협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결되면 그리스는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집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가 일방적으로 협상을 거부했다"며 "구제금융이 끝나도 그리스의 채무는 유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로서는 현금이 바닥난 그리스 정부가 IMF에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갚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IMF는 상환 실패를 디폴트가 아닌 '체납'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IMF의 체납과 구제금융 지원 중단은 채무 만기 연장 실패 등으로 이어져 결국 디폴트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면 유로화 사용을 포기하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집니다. 아직 유로존 회원국이 탈퇴한 전력이 없어 향후 전망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그리스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면 유로존에 남아 있을 여지가 거의 없는 탓에 그렉시트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그리스 디폴트 여파가 다른 유럽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ECB의 양적 완화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재정 위기 국가들의 경제 체력이 좋아진 덕분입니다.

현재 유럽 은행들이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외국 금융사가 상대국에 빌려준 돈 중 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는 342억 달러(약 38조 2870억원)로 2010년 말(1284억 달러)의 26%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그리스발 악재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할 '태풍'은 아니어서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비교적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때문에 한국도 영향권에 들겠지만 외환 보유고와 경상수지 흑자 등 대외 건전성이 좋아 다른 신흥국들보다 경제 여건이 좋고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가 낮아 충격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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