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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은퇴’ 두산, 재현된 투수 유망주 잔혹사
입력 2015-06-26 07:04  | 수정 2015-06-26 07:05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두산 베어스 임태훈(27)이 본인의 요청으로 임의탈퇴됐다. 선수 스스로 은퇴를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선수생활 재기가 불투명하다. 또 1명의 두산 투수 유망주가 사라지는 모양새다.
두산 베어스는 25일 임태훈 본인의 요청으로 임의 탈퇴 공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선수 본인의 요청하에 임의탈퇴로 두산 유니폼을 벗은 것이다. 임태훈은 향후 1년간은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대만프로야구에서 모두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 확정하지 않았지만 결국 은퇴쪽에 무게가 쏠린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주 초 임태훈과 면담을 했고 선수 본인이 야구를 쉬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24일 임의탈퇴 관련 공문을 작성했고 25일 KBO에 공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선수의 자발적인 의사로 임의탈퇴되는 경우는 사실 은퇴밖에 없다. 잠정은퇴라는 말이 가장 가깝지만 여러 복잡한 사정과 개인사, 부상이 얽혀 있는 상황이라 선수 복귀는 더욱 쉽지 않다.
2007년 두산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임태훈은 2007년 7승3패 1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2.40의 성적을 올리며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에도 꾸준히 두산의 주축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후 개인사 문제와 허리 부상 등이 겹쳐 2011년부터 4시즌 동안 6승6패 7세이브 4홀드에 그쳤다. 올 시즌에는 한 차례도 1군 등판 기록이 없다. 퓨처스 경기에는 16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7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70을 기록했다. 통산 1군 기록은 271경기 39승 30패 19세이브 52홀드, 평균자책점 4.00이다.
두산은 이른바 ‘화수분 야구라고 불리며 끊임없는 자체 수급을 통한 선순환을 이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뛰고 있는 야수들 대부분이 이천 베어스파크와 퓨처스리그, 두산 1군으로 이어지는 착실한 성공가도를 밟은 사례다. 거기에 김현수, 이종욱-손시헌(이상 NC) 등의 신고선수 신화 사례까지, 많은 야수들을 직접 키워냈다.

그렇지만 투수쪽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역설적이게도 많은 초대형 유망주들이 빛을 보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두산은 임태훈을 비롯해 2000년대 중반부터 초고교급 유망주들을 매년 지명하는데 성공했다. 2005년 1차 지명한 김명제와 2차 1라운드 2순위로 지명한 서동환이 그 출발이었다. 이들은 각각 6억원과 5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는데 향후 두산 마운드의 10년 이상을 책임질 미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06년 류현진과 차우찬 등을 놓쳤지만 2007년 이용찬과 임태훈을 각각 계약금 4억 5000만원과 4억2000만원에 영입하며 아쉬움을 풀었다. 이어 2008년에는 진야곱을 2억원, 2009년 성영훈을 5억5000만에 1차 지명했다.
그리고 지명 이후 이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고교시절 보였던 특급 잠재력을 유감없이 뽐내는 듯 했다. 김명제는 2005년 7승6패 평균자책점 4.63을 기록하며 루키로서 인상적인 성적을 냈다. 이듬해는 경기수를 더 늘려 41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하며 프로에 적응해가는 듯 했다. 2007년 부침을 겪었지만 2008년 7승 3패 평균자책점 3.81의 성적을 기록하며 마침내 알을 깨는 듯 했다. 하지만 2009시즌 다시 부진한 이후 음주교통사고로 경추 골절이라는 중상을 당했고 결국 재기하지 못하고 야구 인생을 마감했다. 현재는 장애인 테니스 선수로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김명제의 입단 동기인 서동환도 두산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운 투수다. 서동환은 당시 150km 중반대의 속구를 손쉽게 뿌리며 메이저리그 계약이 유력했던 초고교급 유망주였다. 하지만 두산에서느 그 재능을 한 번도 꽃피우지 못했고 2013시즌을 마치고 2차 드래프트로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1군 통산 63경기서 거둔 성적은 2승4패 평균자책점 6.03. 올해도 의욕적으로 1군 진입을 노렸지만 선수생활 내내 이어진 각종 부상을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2007년 듀오 이용찬과 임태훈은 앞선 선배들보다 오히려 출발이 더욱 좋았다. 이용찬은 2009년 51경기서 26세이브를 올리며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이듬해도 25세이브를 수확하며 두산 마운드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2011년 선발로 전향한 이후에도 2년간 16승을 수확했다. 하지만 2010년 음주운전이 적발되고 지난해는 피부과 처방의 부주의 탓에 금지약물 복용 징계를 받는 등 선수 생활이 순탄하지만은 못했다. 현재 상무에 입단해 있고 아직도 앞날이 창창한 선수다. 그럼에도 분명 찬란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현재의 모습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2007년 눈부신 시작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금메달 까지 받았던 임태훈의 추락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개인사 문제까지 겹쳐진 현재는 도덕적인 지탄까지 받고 있어 재기자체가 불투명하다.
이들에 비해서 결코 기대감은 뒤지지 않았던 성영훈 역시 아직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간 단 24경기서 찬란한 재능을 뽐낸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군입대를 결정했다. 제대 이후에도 수년간 재활에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 1군 등판 기록이 없다. 올해도 전력으로 활용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내부적인 판단이다.
이처럼 수많은 두산의 특급 유망주 중에서 현재 1군 전력으로 활용되고 있는 선수는 진야곱 정도 밖에 없다. 지명 당시 기대감은 앞서 언급된 이들보다 떨어졌던 진야곱이 올해 선발투수로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최근 입단한 선수들이 이런 잔혹사를 깨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08시즌 신고선수로 입단한 오현택, 2012시즌 1라운드 6순위로 지명한 윤명준, 2013년 5라운드 함덕주, 2011년 2라운드 이현호 등이 현재 두산 마운드의 주역으로 씩씩하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들 중 누구도 완벽하게 두산 투수 유망주 잔혹사를 끊어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과연 두산은 언제쯤이면 이 슬픈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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