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입법 통제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정사에서 73번째 법률안 거부권 행사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후 2년 4개월만에 첫 행사이다.
거부권이란 국회가 의결해 보낸 법률안에 이의가 있으면 대통령이 해당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정식 명칭은 재의 요구다. 역사상으로는 1948년 9월 이승만 대통령이 양곡매입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효시다. 이후 제헌국회에서 14건, 2대 국회 25건, 3대 국회 3건, 4대 국회 3건, 5대 국회 8건, 6대 국회 1건, 7대 국회 3건, 9대 국회 1건, 13대 국회 7건, 16대 국회 4건, 17대 국회 2건, 19대 국회 2건(국회법 개정안 포함)의 법률안이 거부됐다.
다만 의원내각제였던 5대 국회 때는 법률안 거부권이 참의원(상원)에 부여돼, 이 때 재의를 요구한 법률안 8건은 대통령이 아닌 참의원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따라서 대통령이 법률안을 거부한 사례는 총 65건이다. 이 가운데 31건은 국회에서 재의결돼 법률로 확정됐고, 30건은 폐기됐다. 2건은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철회했다.
최근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2013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말이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지원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른바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는 이 때 대체입법으로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일명 택시지원법) 제정안을 국회로 보냈고, 국회는 이 법을 심의해 처리했다. 택시법은 19대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거부권 행사가 6차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7월 수사기간을 연장하는 대북 송금 의혹 특검 법률안에, 같은해 11월 권력형 비리의혹 특검 법률안에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4년 3월 국회를 통과한 사면법개정안에 대해선 고건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은 재의되지 않고, 16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는 대통령 권한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가장 많았다. 이외엔 법리상 곤란(법체계 부조화), 과도한 재정부담 등이 흔히 꼽히는 거부권 행사의 근거였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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