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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신수원 감독 “제목 ‘마돈나’, 원랜 ‘VIP 병동’이었는데…”
입력 2015-06-21 10:16 
사진=호호호비치
전 최선을 다했어요. 언제나”
VIP 병동의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 분)과 의사 혁규(변요한 분)는 심장 이식이 필요한 전신마비 환자를 담당하게 된다. 그의 아들 상우(김영민 분)는 아버지의 재산을 얻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버지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하고 있다. 어느 날 정체불명의 사고 환자 미나(권소현 분)가 병원에 실려 오게 되고 냉혹한 재벌 2세 상우는 해림에게 미나의 가족을 찾아 장기기증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해림은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졌던 미나의 과거를 추적해가면서 충격적인 비밀들을 마주하게 된다. / ‘마돈나


[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가족시네마-순환선 ‘명왕성 ‘엄마의 꿈 등 주로 소외된 사람들 또는 다른 감독들이 쉽게 소재로 삼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풀어내 늘 묵직함을 선사했던 영화감독 신수원, 이번에는 좀 더 대중성이 짙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만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마돈나가 바로 그것이다.

‘마돈나는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평범한 여자 미나(권소현 분)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던 중 밝혀지는 놀라운 비밀을 담았다. 놀라운 비밀이라기보다는 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과 차별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녀 차별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 대한 일침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개봉 전 제68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돼 상영된 바 있다. 공식 스크리닝 당시 신수원이 한국의 대표 여성감독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작품” 섬세하고 깊이 있으며 자연스럽게 슬픔과 구원을 엮어 냈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태연자약함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유려한 촬영 기술이 환상과 악몽을 오가는 미장센을 구성한다” 등 극찬세례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칸에서 호평을 받은 ‘마돈나가 국내 개봉을 앞둔 가운데, 사실 보통의 관객들 생각에는 해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거나, 공식 초청된 작품들은 다소 난해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다수이다. 게다가 신수원 감독의 전작들은 결코 쉽게 해석이 가능한 만만한 작품이 아니라, 매번 심오하고 묵직해 영화관을 나오면서 많은 걸 느끼게 하는 그런 작품들이었다. 때문에 전작보다 좀 더 쉬워지고,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려냈음에도 관객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터.

우선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 받게 된 건 기분이 좋다. 2회 입성했는데, 이는 영화를 만들 때마다 감개무량하고 긴장이 된다. (웃음) 관객들이 ‘마돈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긴장도 되고 궁금하다. 부디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을 텐데. (웃음) 여성의 시선에서 남성의 폭력을 보여주고 있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혐오가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아무런 의미 없이 누군가에서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걸 떠나서 사회가 여성들을 억압한다는 걸 직설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마돈나가 극장에서 오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마돈나는 신수원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이해하기 쉽다. 이는 여성감독이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점도 있겠지만, ‘VIP 병동이라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특별한 공간에서 매우 평범한 일들이 벌어지고 이를 통해 출산과 아기, 모성애, 존재의 가치, 슬픔, 구원, 용서 등 보편적인 것들을 이해하게 만든다는 점이 신선하면서도 한 번에 와 닿는다.

사진=MBN스타 DB
또한 영화 제목인 ‘마돈나가 주는 친근하면서도 익숙한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

내가 여자니까 동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때 이성과는 다른 것 같다. 여자가 여자를 바라볼 때의 지점이 가장 정확하지 않냐. 만약 내가 동성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섬세하다는 평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미나가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은 최대한 멀리서 찍었다. 이는 무방비 상태의 여자와 이 세계의, 한국이라는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리려고 했다. 위험에 처한 여자를 발견하고 쉽게 도움의 손길을 뻗지 못하는 것처럼.”

원래 영화의 제목은 ‘마돈나가 아니라 ‘VIP 병동이었다. 그러나 너무 의학 드라마 같아서 바꿨다. (웃음) ‘마돈나는 두 개의 의미가 있다. 우선 가슴이 풍만해 마돈나로 불리는 미나의 상황 설정을 드러내기 위해 세계적인 팝스타이자 섹스 심볼 마돈나를 떠올렸다. 그러던 중 성모 마리아의 또 다른 이름이 마돈나인 걸 알았다. 여성들의 내면에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두 인물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영화의 제목을 ‘마돈나로 지었다. VIP 병동을 표현하기 위해 자료조사를 많이 했다. 그 결과, 호텔과 비슷하다는 걸 알아 똑같이 표현하려 노력했다. 당시 생명연장에 관심이 많아 자료를 조사하던 중 VIP 병동에는 누가 갈까 등 생각을 넓혀갔다.”

‘마돈나에는 구원과 슬픔이 공존하고 있다. 마돈나로 불리던 미나를 통해서만 이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미나와 그의 과거를 추적하는 해림, 그에게 위험한 제안을 하는 상우, 삶과 죽음의 딜레마에 빠진 혁규 등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메시지와 감정 모든 걸 표현하고 있다. 때문에 어느 인물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다.

미나라는 인물이 왜 나약해졌는가와 ‘나를 버리지 말아요 ‘늘 최선을 다했어요 등 대사를 통해 힘이 없고 무기력한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손을 내미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 난 개인적으로 ‘최선을 다했어요라는 미나의 대사가 좋다. 정말 열심히 살아도 이를 이용하거나, 이용당하는 여자와 청춘들이 있지 않냐. 불쌍하다. 냉혈한 재벌 2세 상우는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났으면 했다. 부잣집 아들이면 보통 결핍이 없다. 그러나 상우는 다르다. 부잣집 아들로서 돈의 노예이지만 아버지의 사랑 등 결핍이 있는 인물이다. 등장인물들을 통해 세상의 어두운 한 구석에 살아 숨 쉴 것 같은 존재에 대해 생각했으면 한다.”

사진=포스터
신수원 감독은 단순히 웃고 즐기는 영화를 연출하지 않는다. 매 작품마다 묵직한 메시지는 기본이고, 보기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 얼떨떨하기도 하다. 그러나 신수원 감독의 작품에 열광하는 관객들은 많고 영화를 보고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어 전폭적인 지지도 얻고 있다. 이 사회의 소외된 계층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신수원 감독. 이 길의 진짜 매력은 무엇일까.

사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잔인하지 않냐. 난 단지 현실을 취사선택해 보여주는 것뿐이다. 물론 어디까지 보여줘야 될까와 카메라 각도 등을 고민한다. 영화를 만들면서 현실을 재구성하는데 미나는 현실적인 인물에 가깝다. 또한 현실을 작품에 녹여낼 때 결국 다 보여주지 않아도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자기검열을 하기도 한다.”

‘마돈나가 영화를 본 개개인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같은 하늘아래에 어디선가 숨을 쉬고 있을 그런 존재의 이야기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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